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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탁구의 / 시 / 수필 / 사진 / 일상 입니다

순리3

화르르 공화국 2021.03.29 잠실 화르르 공화국 연분홍 화려한 물결로 진주했지요 따스한 손길을 따라 이곳 여의도에도 입성했고 사람들은 환호하고 몰려다니며 환영하고 잔치를 베풀었지요 일찍이 이런 환영을 받아본 무리는 별로 없어요 처음에는 이곳저곳에 진입했다가 사람들이 환호하자 방방곡곡을 물밀 듯 점령했지요 그 유능한 통치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특별한 공약을 제시하지도 않았어요 그들은 손을 들어 사람들에게 화사한 미소로 답했지요 절정이었어요 세간에 화무십일홍 권불십년이니 인생무상이니 하는 말들이 돌았어요 그들도 기어이 이 시간의 순리 앞에 섰고 유능한 통치자도 강력한 군대도 피할 수 없이 내재된 법칙에 따라 급격히 스러졌어요 점차 바람에 흩어지고 아스팔트에 나뒹굴고 발에 밟히고 드디어 봄비에 도랑으로 밀려났지요 그들.. 2021. 3. 31.
내가 알지 못하는 계획 내가 알지 못하는 계획 동쪽 창에서 여명을 느끼는 것도 아침에 일어나 화분에 물을 주는 것도 살짝 풍기는 꽃 냄새를 맡는 것도 창을 열고 불어오는 바람에 시린 공기를 마시는 것도 버스를 기다리다가 전철로 바꿔 타는 것도 책상에 앉아 모닝커피를 한 잔 마시는 것도 오후 간식으로 과자 하나를 반으로 쪼개어 따뜻한 홍차와 마시는 것도 컴퓨터를 끄고 사무실 문을 나서는 것도 빌딩의 불들이 꺼지고 가로등이 들어오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빌딩 사이로 초승달이 떠오르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신비일 수도 있겠지 내가 알지 못하는 계획이 있는 거지 2021. 1. 25.
복수초(福壽草) 복수초(福壽草) 서러워 하지마라 사람은 군중 속에 사는 것이고 외롭다는 것은 어딘가에 사랑이 있다는 것이니 날아올 소식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다 살아 있기 때문에 고통이 있는 것이고 바람도 이루지 못한 고통이 있어 크게 운다 고통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니 때로는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걸어가라 별도 가끔은 할 일을 잊어버린 체 무심히 희뿌연 하늘로 스러져 가고 깊은 계곡 물은 모양도 생각도 없이 낮은 곳으로만 흘러 어떤 것과도 섞여 간다 꽃이 쉬이 피기를 기다리지 마라 얼음장 밑에도 물은 흐르고 대신 밖에 송이 눈이 펑펑 내리지 않느냐 2021. 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