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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짧은글

화르르 공화국

by 탁구씨 2021. 3. 31.

 

2021.03.29  잠실

 

화르르 공화국

 

연분홍 화려한 물결로 진주했지요

따스한 손길을 따라 이곳 여의도에도 입성했고

사람들은 환호하고

몰려다니며 환영하고 잔치를 베풀었지요

일찍이 이런 환영을 받아본 무리는 별로 없어요

 

처음에는 이곳저곳에 진입했다가

사람들이 환호하자 방방곡곡을 물밀 듯 점령했지요

그 유능한 통치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특별한 공약을 제시하지도 않았어요

그들은 손을 들어 사람들에게 화사한 미소로 답했지요

 

절정이었어요

세간에 화무십일홍 권불십년이니 인생무상이니

하는 말들이 돌았어요

 

그들도 기어이 이 시간의 순리 앞에 섰고

유능한 통치자도 강력한 군대도 피할 수 없이

내재된 법칙에 따라 급격히 스러졌어요

점차 바람에 흩어지고 아스팔트에 나뒹굴고

발에 밟히고 드디어 봄비에 도랑으로 밀려났지요

 

그들 세상은 한 주일 길면 열흘을 넘기지 못했어요

그 환한 미소가 바람처럼 흩어졌고,

그래도 그들의

죽음은 푸른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었지요

번지르르 울어대는 여의도 철새는 분명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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