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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짧은글

등산, 꽃이 지면 잎이 피고

by 탁구씨 2021. 4. 3.

 

등산,

꽃이 지면 잎이 피고

 

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산을 올랐지

흘러가는 구름에게서

물 한 잔을 얻어먹고

숨을 골랐지

산등에 사는 작은 새에게

그동안의 안부를 물었지

오늘 아침에도 태양이

제일 먼저 찾아왔고

이제 곧 따스한 바람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갈 거라고

말했지, 꽃이 필 때

무슨 말을 하였는지는

말하지 않았어

 

돌멩이에게도 물었지

어젯밤에 별들은

집을 떠난 별은 없는지

황소는 심술을 부리지 않았는지

가장 큰 고요와

가장 깊은 우물에 대해서도

물었지

시키는 대로 먼 산을 바라보았지

켜켜이 산들이 둘러 쳐지고

어는 덧 고요를 뚫고

화사한 꽃들과

드문드문 푸른 움들이 보였어

 

가쁜 숨을 몰아쉬고

다리에 찾아오는 통증을

쫓으며 산을 오르는

이유는 이런 안부를

물어보기 위해서지,

이제 곧 꽃들이 죽고

잎이 피어날 것이라고

덧붙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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