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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탁구의 / 시 / 수필 / 사진 / 일상 입니다

고독5

여름날의 연휴 여름날의 연휴 태양이 화덕처럼 이글거리고 마당에 말리는 고추 빨갛게 굽히고 적막의 포로가 되어 고독에 떨고 있을 때 멀리 지친 매미의 울음도 가뭄 같아 적막에는 인색하다 선선한 바람 부는 언덕 위 나무 그늘에 우두커니 앉은 바위 하늘 동동 떠가는 구름 아래 주먹만 한 얼음 알갱이로 한줄기 때리고 싶다 대포 수산시장 구석에 멀거니 앉았다가 왁자한 장꾼에 밀려 좌판의 생선으로 어름에 저며지고 시퍼렇게 날 선 칼 날 아래 오싹하게 오그라들고 가끔 차가운 얼음 한 바가지씩 덮어쓰다 설악산 울산바위에 걸터앉아 하얗게 부서지는 동해 파도의 머리를 안고 회오리치는 작은 낚시 배 되었다가 남극 대양의 넓고 깊은 바다를 헤엄치는 한 마리의 혹등고래가 되다 올 전화도 갈 전화도 없는 애꿎은 전화기만 들었다가 놓았다가 무료.. 2022. 8. 22.
절 집에 묵다 절 집에 묵다 1 한 번쯤 그 어떤 구속도 없는 나만의 공간에서 조용한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지 이왕이면 자연 가까이에 애써 꾸미지 않은 깨끗한 곳에서 특별히 할 일도 신경 쓸 일도 주위를 의식할 필요도 없는 조금은 게으른 그런 시간 말이지 숲길을 걷거나 먼 산을 멀거니 바라보거나 그냥 누워 뒹굴거나 어쩌면 이런저런 생각조차 없는 그런 시공간을 원했던 거지 2 산중사찰의 일주문을 들어서니 울창한 노송이 반겨 주었어 옆으로 시릴 듯 투명한 계곡물이 동행하고 무성한 숲이 두 팔을 들어 환영하며 산새들이 숲 소식을 전해주었어 아주 경쾌했지 혼자 걷는 길이 결코 외롭지 않았어 그래 어떠한 경우라도 세상에 완전한 외톨이는 없어 그냥 모든 일상에서의 일탈이고 해방이었지 3 고독은 결코 외로움이 아니며 최대의 도전이라.. 2021. 9. 20.
사슴의 전설 사슴의 전설 고개를 빼고 빈 정거장에 내려섰을 때, 낮달이 떠 있고 키 큰 소나무 한 그루 서 있다 행성 하나 떨어져 나와 바다 가운데에 멈추어 있고 물고기 조용한 목소리로 얘기를 한다 달빛이 교교히 흐른다고 모두 함께 볼 수는 없을 일 왜 홀로 두리번거리고 가슴에 촛불 하나 태우고 있는가 이 추운 겨울밤 묵은 마음 별에 실어 보내고 차라리 침묵하는 바위가 돼라 바위가 나를 강하게 하리니 하늘에 은하수 흐르고 떨리는 가슴 멈추지 않고 요란한데 이제야 알았으리 외롭지 않으려는 것도 욕심이라는 걸 2020. 9. 6.
고독의 폭포 고독의 폭포 함성이 지나가고 깃발이 지나가고 북과 장구가 지나가고 마른바람의 언덕에 홀로 광장을 응시하는 그가 있네 학은 외발로 서 있고 외줄기로 흐르는 건 강인데 단지 피할 건 피해 갈 뿐 물과 기름 같은 고통으로 마른 들판에 홀로 그가 있네 고요한 아우성으로 물과 불에서 나와 천둥같이 폭포처럼 단지 깊이 삭이고 있을 뿐 그는 내 두 팔 사이에 있네 이제 그를 고독하다 하지 않으리 (2018 어느날 뉴스를 보며) 2020. 8. 21.
내 전화가 울리거든 내 전화가 울리거든 내 전화가 울리거든 망설이지 말고 받아주오 그대에게 전화를 하는 것은 절절한 절규이기 때문입니다 보고 싶어 뱉어 내는 울음이요 그리움 멈추지 못하는 몸부림이요 절절한 가슴의 헐떡임이기 때문입니다 그대 전화를 받아주오 어깨에 팔을 턱 걸쳐도 좋소. 향기롭고 출렁이는 긴 머리카락으로 기대어도 좋소. 전해오는 따뜻한 가슴이 있기 때문이오. 함께 뛰는 심장 박동이 있기 때문이오. 부드러운 목소리로 받아 주오 토해내는 그리움을 안아 주오 부드러운 그대여 어디서든 전화가 울리거든 선뜻 받아주오 그건 내 전화이기 때문입니다 멈추지 못하는 절규이기 때문입니다 2020. 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