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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탁구의 / 시 / 수필 / 사진 / 일상 입니다

시 & 짧은글363

나무들의 잔치 나무들의 잔치 솔이 별이 달이 구름이 마을 앞 나무숲을 지나며 하나하나 이름을 부른다 언제나 그 자리에 서서 대화를 기다리는 친구들 그들의 대화는 언제나 정답다 늘 함께하는 그들 함께 흔들리고 함께 흐른다 나에게서 슬픔 을 외로움을 가져가고 갓 구운 신선한 이야기를 가져온다 솔이 별이 달이 구름이 내 친구들 그들은 나를 그들의 놀이터로 초대한다 이름 모를 작은 새도 초대되어 지지배배 그들 대화를 나눈다 오늘도 나는 나무들의 잔치에 초대되었다 신발을 벗어들고 고이고이 그들의 연회장으로 들어간다 감미로운 연주가 들리고 향긋한 내음이 유혹을 한다 정수리를 쪼이며 환영하는 햇볕 그들의 대화는 언제나 산들 바람이다 그들은 언제나 나를 초대하고 나는 늦은 밤에도 별을 헤며 한발 한발 발자국을 남긴다 2023. 8. 11.
도토리 키 재기 2 도토리 키 재기 2 오랜만에 만나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구수한 해물 파전과 막걸리 잔에 담아 걸판지게 마시니 소리는 자꾸만 높아지고 영업시간 끝났다고 쫓겨나 슈퍼에서 한 병 더 사들고 동네 놀이터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계속 붙들고 피우지도 않던 담배를 몰래 화장실 뒤에서 피우던 까까머리 그때처럼 어느 구멍가게 옆에서 몰래 연거푸 두 대를 피우고 버스를 기다리는 그 시간까지 아까워 버스정류장으로 옮겨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도토리 얘기들 늦은 밤 막차에 쫓겨 겨우 버스에 오른다 (220802) 2023. 7. 30.
산행 2 산행 2 천둥을 치며 소나기를 쏟으며 탱탱해지는 장딴지 가슴에 푸른 바람이 분다 반갑고 장쾌하다 불쑥 안기는 가슴 산도 나를 기다렸나 보다 2023. 7. 21.
박주 한잔 박주 한잔 / 김탁기 구름 한 점 없는 쨍한 하늘 훈훈한 오뉴월 열기가 한가롭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고 누군가와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고 싶다 곰삭은 친구를 만나 수령 깊은 나무 그늘 아래 사방이 트인 오래된 사랑마루에서 해묵은 이야기를 한가로이 나누고 싶다 소반에 박주인들 어떠리 개다리소반 짠지 뼈다구에 젓가락 두어 개 걸쳐 놓고 하늘 동동 띄워 박주라도 한잔하고 싶다 무성한 녹음 사이로 하얀 하늘이 쏟아지고 어느 가게 앞 백구가 길게 하품을 하는 세상이 졸고 있는 고요한 여름날 오후이다 2023. 7. 8.
유월 마지막 날에 유월 여행 태양은 적당히 높고 녹음은 적당히 싱그럽다 봄은 이미 아니고 여름은 발을 살짝 담그고 있다 지천에 펼쳐지는 꽃 두터워지는 녹음 정수리를 내리쪼이는 쨍한 태양에 불끈거리는 젊음 숲 사이를 지나온 가벼운 바람 놓지 못할 일렁이는 내음 넘치지도 미흡하지도 않은 균형과 조화 여행자도 많지 않은 유월의 여행은 여유가 있고 활력이 있고 젊음을 부르는 바다는 그득한 기대를 품고 있다 (2023. 6. 12) 2023. 6. 30.
건널목 건널목 차단기가 내려지고 경종이 울리고 오는 이 멈추고 가는 이 멈추고 철커덕 거리며 기차가 지나간다 유월의 태양이 멈추고 구름도 멈추고 더위도 멈추고 가로수도 바람 한 점 없다 갈길 몰라 머뭇거리는 사람 들 가는 것은 가게하고 멈출 것은 멈추게 하라 인생에서도 누군가 이렇게 갈 때는 가고 설 때는 서게 하는 이 있으면 좋겠다 2023. 6. 27.
수련 수련 꽃이 진 후에야 봄이었음을 알았고 한참 헐떡이며 달리는 그때가 젊음이었음을 이제 알았네 강물은 언제나 매듭 없이 흐르고 인생도 소리 없이 흐르거늘 지금이 꽃이고 봄인 것을 어찌 돌아보고 알게 될까 처마에 낙숫물 떨어져 피어나는 꽃 향 2023. 6. 21.
유월의 산 유월의 산 끝없는 물결이 넘실되고 싱그러운 생동과 가없는 자유 녹음의 바다를 유영하는 한 마리의 푸른 고래가 된다 새롭고 무한하게 넓은 푸른 바다로 풍덩 뛰어들어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된다 저절로 솟아나는 환희의 세상이다 푸근한 가슴으로 순리를 품고 강은 산을 넘지 못하고 산은 아래로 아래로 흐른다 쉼을 느끼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바다는 하늘을 담고 운해를 이루어 넘실대며 푸근히 감싼다 자연과 화담(和談)하며 화평을 느끼고 그 앞에 겸손을 배운다 2023. 6. 7.
초록은 아름답다 초록은 아름답다 이른 햇살 아래 솟아나는 연록은 여리고 부드러운 파스텔로 곱다 앙상한 혹한의 기다림 후에 오는 꽃 맑고 밝고 따스함이다 짙어지면 청초하고 아름다운 초록이 된다 초록은 깊고 청순한 인생의 청년이다 젊음의 설렘이 있고 풋풋함이 있으며 나태하지 않고 게으르지 않다 신록의 바다가 되어 가없이 펼쳐지고 풍덩 잠기면 생명과 생동과 희망이 솟아난다 힘차게 뛰는 맥박 의욕이 샘솟는 초록의 계절 오월이 가고 있다 이제 정열의 태양 아래 넓고 깊은 녹음의 바다가 펼쳐지리라 농후한 장년을 기다리며 아름다운 오월을 보낸다 2023. 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