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독서의 계절이다. 때맞추어 요즘 독서가 화제이다.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이라니! 어릴 적에 이해도 못하는 외국서적을 노벨문학상 작품이라며 구태여 구해 읽으려고 했던 기억이 있다. 요즘 가을에다가 우리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면서 많은 화제가 되고 있다. 서점에 다시 생기가 돌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사실로 보인다. 수상이 주는 비중으로 봐서 당연히 그래야 하리라는 생각도 든다.
계기가 되어 글쓰기에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 이후 책을 읽으려는 사람도 늘었지만 쓰려는 사람의 비율도 상당히 늘어났다는 이야기를 매스컴에서 보았다. 나도 오래전부터 틈틈이 글쓰기를 좋아한다. 아니 글쓰기라기 보다가는 그냥 기록하기라고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20여 년 전부터 직장 생활 중에 틈틈이 일과에서 느끼는 글이나 문득 생각나는 이야기, 또는 떠오르는 좋은 구절들을 동기로 하여 쓰고는 했다. 특별히 글 솜씨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으며 자주 쓴다고 하여 수준이 늘어나지는 않았다. 그야말로 필력이 20여 년은 되었지만 아직도 비망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좀 더 제대로 써보려는 의지를 갖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얼마 전 그동안 써 놓은 글들이 수량은 늘어나는데 그냥 버리기에는 아까워 원고 정리 차원에서 책으로 엮어 일단락씩 정리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딸과 아내에게 한번 읽고 골라보라고 한 적이 있다. 그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내용도 맞춤법도 틀렸고 어떤 때는 시 같다가 어떤 때는 수필 같고 또 어떤 때는 신문기사 같단다. 그러나 내가 전문으로 글 쓰는 사람은 아니므로 그냥 취미로 쓴 글을 감안하여 읽어주기를 부탁했고 그들은 바쁨 중에 투덜거리며 읽어 주었다. 2023년의 여름 더위는 얼마나 심하지 그만두라고 할까 몇 번인가 망설이기도 했다.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무명작가들 중에는 기성 유명 작가들보다 글을 더 감칠 나게 쓰는 분들이 많다. 특히 내가 참여하고 있는 인터넷 블로그에는 정말 글을 잘 쓰는 분들이 많다. 아마 나의 정서에, 혹은 나의 스타일에 맞게 쓰는 글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어떤 때는 이런 좋은 글들이 왜 출판되지 못하는지 의아하기도 하다. 반면 일부 유명 작가들은 일기 같은 글들을 그것도 진솔한 자기감정도 아니고 남의 글을 짜 맞춘 것 같은 글들을 재판삼판 하여 서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기준이 뭘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독자들이 원하는 바이겠으니 역시 내 수준이 그를 알아보지 못해서일 것이다.
내가 감히 특정 작가의 글을 평가하자는 것은 물로 아니다. 나는 그럴만한 능력도 경력도 없다. 실제는 내가 오랫동안 글을 읽어오면서 성향에 맞는 글이 있다. 나는 이런 글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이라고 믿는다. 대중성이 있는 작가의 글은 대부분 나에게도 좋은 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꽤 많은 유명 작가들의 책이 있다. 시집도 거의 100여 권은 될 것이다. 서점에서 산 것도 있고 선물 받은 것도 있으며 작가가 싸인을 하여 직접 전해 준 것도 있다. 성향이라는 것, 내가 선택한 책들은 신통하게도 그 주제나 느낌이 비슷하다.
물론 이해하지 못하는 글도 많다. 높은 수준으로 인하여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왜 썼는지, 무엇을 쓰려고 했는지 전혀 파악하기 어려운 글이다. 일부는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글, 오히려 반감을 일으키는 글도 있다. 대부분이 특정 사안에 국한되거나 자기만의 주관 등 목적적이고 선동적인 글들이다. 그런 글은 이면에 주제가 감추어져 있어서 더욱 난해하다. 일반적인 독자를 외면하거나 왜곡된 글을 쓰는 분류의 많은 작가들의 글이 그것이다. 이 시대가 오히려 그런 글을 문학적이라고 하는 데에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들은 세상을 비판하는 지식인인 척하고 또 그렇게 평가받기도 한다. 나는 이들을 경멸한다. 나는 글이란 진실성, 독자성, 대중성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모두에게 읽히지 않는 글이 무슨 문학인가, 물론 전문 서적은 예외이다. 사실 나는 오래 전부터 제대로 된 문예창작 과정의 공부를 해보고 싶었는데 직장일로 미루어 오는 중이므로 늘 아쉬움이 크다. 은퇴 후에라도 시간도 보낼 겸 공부를 해보고 싶다.
한 7-8년쯤 전에 주위의 한 친구가 어떤 동호회 같은 곳에서 시 창작을 공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작가가 개설한 단기 창작 과정이다. 친구의 말로는 이 작가라는 강사는 글을 아주 잘 쓰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데 대화중에 누구나 알만한 유명한 시인, 작가에 대하여는 오히려 전혀 모르는 데에 놀랐다. 우리는 일상에서 유명작가나 유명 시 구절 몇 개쯤은 외우고 있지 않은가. 세상에는 스스로 작가라고 하는 사람은 많다.
친구도 책을 출판했다. 나로서는 조금 용감했다는 평가를 하고 싶다. 하기는 그 가 훗날 내가 책을 냈을 때에 진짜 몰라서인지 수필을 참 잘 썼다라고 한 적이 있기도 하다. 글은 쓰데 출판은 조금 신중할 필요성도 있다. 신중치 못한 글은 도서계의 질을 떨어뜨린다. 글은 글자의 나열이 아니다. 깊은 숙고, 깊은 경험, 깊은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좋은 글이 써진다고 생각한다. 쓰고 싶다고 쓴 글은 내가 이야기하는 어설픈 작가 흉내에 불과하다.
그래도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열심히 쓰는 것이 최고라고는 생각한다. 많은 책을 읽고, 많이 공부하고, 많은 경험을 한 후, 잘 쓰던, 흉내를 내던, 많이 쓰다가 보면 영감이 오고 자신만의 글을 쓸 수가 있다고 본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러는 과정에 자신의 인격도 갖추어지고 작가로서의 면모도 자연스레 이루어진다고 본다. 이번 카카오 tistory에서 일일 한편 글쓰기 '오블완' 행사를 한다고 한다. 시간 탓만 하지 말고 짧게라도 매일 한편씩 써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2024.11.07 하루 한글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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