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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긴글 쓰기

한 잔의 커피와 빵 한 조각

by 탁구+ 2024. 8. 27.

 

 
한 잔의 커피와 빵 한 조각
 
오늘도 더위가 만만치 않다. 연일 폭염이 지속되면서 금년 같은 더위는 일찍이 없었다고 난리다. 한편에서는 이제 기상이변으로 더위는 그래도 올해가 가장 덜 더운 여름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한다. 아무런 계획이 없는 날 이 더위를 집안에서 그냥 보내기에는 쉽지 않다.
일단 더위 탈출,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신문 잡지라도 볼 겸 시원한 공립도서관으로 가서 세금 낸 권리를 좀 누리며 더위를 피해 볼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이 여름날 모두가 떠나는 휴가철에 도서관에 앉아 특별한 목적도 없이 책들을 뒤적이고 있는 모습이 듣기에는 그럴듯해도 그리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원 풍경도 볼 겸 잡념도 날릴 겸 근교로 달려 보기로 한다. 더위 탈출, 무료감 탈출, 도시 탈출이다. 이리저리 궁리를 해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서 멀리는 못 가겠다.
멀지 않은 곳으로 적당한 곳을 찾던 중 생각나는 곳이 있다. 그리 멀지 않으면서도 전원정경을 느낄 수도 있고 구수한 커피 향에 빵이 부드럽고 맛이 있는 시원하고 넓은 근교의 카페이다. 잘하면 여름 여행 기분도 낼 수 있겠다.
서울 가까이 광주와 양평 경계 부근의 카페 a loaf slice piece가 있다. 넓은 부지에 공간이 넓은 여러 동의 건물로 되어 있으며 주차장도 넓다. 무엇보다 커피와 빵 맛이 일품이다. 거기다 값도 시설에 비해 비싸지 않아 금상첨화다. 교외로 나가는 길이 태양은 따가웠지만 여름날 따가운 태양 아래 차를 달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사람들이 많이 붐빈다. 넓은 주차장이 빈자리가 없다. 한가롭고 여유로운 사람들이 이리 많은가? 아니면 모두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찾아온 것일까. 실내로 들어서자 구수한 커피 향과 갓 구은 빵 냄새가 안정감을 준다.
뷰 맛 좌석, 아니 시원하고 편안한 좌석을 찾아야 한다. 넓은 공간에도 빈자리가 없다. 이리저리 둘러보던 중 마침 한 테이블의 사람들이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막 일어서는 자리를 발견했다. 나는 체면 불구하고 새처럼 재빠르게 날아 자리를 차지했다. 백% 만족할 곳, 전원이 잘 보이는 뷰 맛 좌석은 아니지만 넓은 실내 공간이라 적당히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낄만한 곳이다.

우리는 갓 구운 빵과 갓 내린 커피를 주문했다. 나는 어디 가나 기본 커피인 따뜻한 아메리카노 애호가이다. 다른 커피를 마시면 뒷맛이 개운치 않다. 코끝을 스치는 구수한 빵 냄새가 살짝 시장기를 자극한다.
일부러 먼 거리를 찾아온 보람이 있는 것 같다. 이런 넓은 교외 카페는 그 분위기도 좋지만 다량으로 로스팅을 해서 그런지 커피도 빵도 맛이 일품이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부드러운 빵을 손으로 찢으니 시간과 공간과 여유를 함께 맛본다.
멀리 창밖으로 여름 열기가 이글거리지만 실내의 넓은 공간은 편안하고 여유롭다.
멀지 않은 앞좌석에는 젊은 한 쌍의 남녀가 노트북을 펼쳐 놓고 무슨 일인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공부하는 학생들일까? 아니면 요즘 재택근무도 많으니 한참 업무를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가져온 책을 꺼냈다. 책은 읽지 않아도 좋다. 시간과 공간을 읽는다는 목적이기에 펼쳐 놓은 책은 사실 심심함을 대비한 구색에 불과하다. 가끔 책장을 넘겨는 보기도 하지만 잡다한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정반대로 멍을 때려보기도 하며 살짝 오수에 빠지기도 해보는 참 편안한 공간이다. 나는 이런 시간 이런 공간이 좋다. 또한 이런 장면이 좋다. 동행인은 책을 펼쳐 들고 비스듬히 오수에 빠졌다. 조용히 책을 바로 놓아 주었다. 나는 잠을 즐기지 못하기에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시고 우두커니 천정을 응시한다. 막연한 망중한을 즐기는 것이다.
이렇게 한 두어 시간을 보냈다. 요즘 대형 야외 카페는 과거의 레저 시설 같다. 그 규모가 만만치 않다. 우리의 카페 문화, 어느 때부터 골목골목에 카페가 생기더니 이제는 웬만큼 위치 좋은 곳은 커피점이 모두 점령했다. 그리고 이제는 이렇게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 대형 카페가 생겨났고 위치로 보나 투자된 시설 규모로 보나 과연 운영이 될까 염려도 해보았지만 이렇게 성업 중이다.

커피는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기호품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전 세계 평균 소비량의 2배 이상이며 프랑스에 이어 2위로 미국보다 높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커피 애호가가 되었으며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우리의 삶이 여유로워지면서 이런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해본다. 그렇지만 한편, 이렇게 대자본이, 그래도 영세 업종이라고 할 동네 상권을 모두 잠식해 간다는 것, 그리고 그 원료가 거의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는 것에서 약간 씁쓸함도 느낀다.
여유로운 공간이 좋기는 하지만 커피가 많은 함량의 카페인으로 수면 방해 등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상황에 따라 장,단점이 많다고 하니 조금 줄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24.08.03 카페 a loaf slice piece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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