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떡국
어머니는 머리에 이고
나는 어깨에 메고
논둑길을 따라 걷는 길에
바둑이가 깡충깡충 앞장을 선다
재 너머 떡 방앗간에서
가래떡을 뽑는다
기다란 물줄기 같은 가래떡을
싹둑 싹둑 자른다
모락모락 김이 오르고
꼴깍 침 넘어가는 소리
마지막 한 토막 뭉텅 잘라 주었다
방앗간에 온 것은 이 재미
싸락눈이 나리고
뒤꼍 감나무에 까치가
반갑게 울고 오늘은 까치설날
내일은 우리 설날
목 빼고 삼촌 오시는
동구를 바라보고
마당에서 바둑이가 덩달아
닭들의 꽁무니를 쫓는다
지금 고요한 밤에 들리는
또각또각
어머니 곱게 떡국 써시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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