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가마
신선들이 노닐던 무릉계곡
험준한 산길을 오르다가
차츰 엷어져 가는 안개를 헤치며 만나는
숯 가마터
참나무 등짐을 부리는 숯 꾼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불길로 검덕귀신이 된
사내의 눈가에
두고 온 처자식이 아른거리고
난데없이 숯막에 날아든 까치 두 마리
계곡의 물소리를 물고 온다
용광로 같은 불길은 고단한 가슴을 태워
삶은 어둔 밤처럼 숙연하다
붉게 비치는 거친 손바닥
그 뜨거운 온기로 세상을 데운다
한때 나도 누군가를 불타게 한 적이 있었던가
푸른 바람은 지금도 훈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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