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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짧은글

숯가마

by 탁구씨 2022. 9. 7.

무릉계곡


숯가마


신선들이 노닐던 무릉계곡

험준한 산길을 오르다가

차츰 엷어져 가는 안개를 헤치며 만나는

숯 가마터

 

참나무 등짐을 부리는 숯 꾼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불길로 검덕귀신이 된

사내의 눈가에

두고 온 처자식이 아른거리고

 

난데없이 숯막에 날아든 까치 두 마리

계곡의 물소리를 물고 온다

용광로 같은 불길은 고단한 가슴을 태워

삶은 어둔 밤처럼 숙연하다

 

붉게 비치는 거친 손바닥

그 뜨거운 온기로 세상을 데운다

한때 나도 누군가를 불타게 한 적이 있었던가

푸른 바람은 지금도 훈훈하다

 

두타산의 숯가마터
무릉 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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