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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짧은글

여름날의 연휴

by 탁구씨 2022. 8. 22.

속초에서

 

 

여름날의 연휴

 

 

태양이 화덕처럼 이글거리고

마당에 말리는 고추 빨갛게 굽히고

적막의 포로가 되어 고독에 떨고 있을 때

멀리 지친 매미의 울음도 가뭄 같아

적막에는 인색하다

 

선선한 바람 부는 언덕 위

나무 그늘에 우두커니 앉은 바위

하늘 동동 떠가는 구름 아래 주먹만 한

얼음 알갱이로 한줄기 때리고 싶다

 

대포 수산시장 구석에 멀거니 앉았다가

왁자한 장꾼에 밀려 좌판의 생선으로

어름에 저며지고 시퍼렇게 날 선 칼 날 아래

오싹하게 오그라들고

가끔 차가운 얼음 한 바가지씩 덮어쓰다

 

설악산 울산바위에 걸터앉아

하얗게 부서지는 동해 파도의 머리를 안고

회오리치는 작은 낚시 배 되었다가

남극 대양의 넓고 깊은 바다를 헤엄치는

한 마리의 혹등고래가 되다

 

올 전화도 갈 전화도 없는

애꿎은 전화기만 들었다가 놓았다가

무료한 연휴의 오후

 

 

속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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