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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짧은글

풋구 먹는 날

by 탁구씨 2022. 8. 16.

철 늦은 장미가 후두둑 늦장마를 맞았습니다

 

 

풋구 먹는 날

 

 

아랫목에서 시큼하게 농주가 익어갈 때

울타리에 접시꽃 무궁화 백일홍이 필 때

나는 애호박 풋고추에 맨드라미꽃을 따고

어매는 농주를 거르고 호박전을 부친다

 

논농사 세벌매기도 끝나고

풋구 나무 아래 동네잔치가 벌어지는 날

우리 어매 커다란 농주 버지기를 이고

나는 호박전 광주리를 들고 서둘러 나서면

우리 바둑이도 덩달아 껑충껑충 따른다

 

애 어른 동네 사람들 모두가 모여

거나하게 먹고 얼굴에 노을빛이 물들면

풍물패가 동네를 돈다

마당에 멍석을 깔고 술 한상 거하게

차려놓으면 꽹과리 징 북 장구에 서발

상모가 하늘을 휘돌아 오르고 흥 오른

꼽추 춤과 어깨춤이 크게 원을 그리며

뒤 따른다 구경꾼이 배꼽을 잡는다

 

풍물패는 고방 앞을 지나 이번엔 정지로

들어가 지신을 밟는다 이 집에 건강하고,

풍년 들고, 풍물 소리 울리고 흥겨움과

함께 경건하다

우리 어매 두 손 모아 조아리고 신이 난

추임새는 넘치는 술상을 부족하다 엄살이고

우리 어매 푸짐하게 아낌없이 내놓는다

 

풋구 먹는 날 일꾼이 제일이고 동네는

흥겨우며 한 해 농사는 풍년이 보인다

 

 

* 풋굿 -호미씻이라고도 하며 음력 칠월에

            행해지던 농민들의 제축행사

 

폭우를 견뎌낸 장미에 빗물이 방울방울 맺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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