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탁구의 / 시 / 수필 / 사진 / 일상 입니다
시 & 짧은글

내 어렸을 적에

by 탁구씨 2022. 7. 20.

 

내 어렸을 적에

 

 

안경 쓴 교감 선생님이 있었지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밝은 햇살이 운동장을 비추고

교실 앞 화단은 봉숭아 다알리아

맨드라미 백일홍이 피고

하얀 고요가 있었지 하얀 웃음이

있었지 분주한 꿀벌이 있었지

오솔길도 있었지

 

너희들 오래오래 친구 하는 거야

교감 선생님은 하모니카를 불고

우리는 붉게 타는 홍초를 보았지

뚝딱거리는 시계 소리를 들었지

투명한 눈과 귀와 가슴이 있었지

교감 선생님은 바이올린을 켜고

우리는 둥둥 떠가는 뭉게구름을

보았지 무지개를 보았지 

 

토끼가 되었다가 큰 바위 얼굴⁽¹⁾이

되었다가 구름 너머에서 황금빛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지

교감 선생님은 아코디언을 켜고

교실 앞 전나무 그림자는 더욱

길어졌지

하늘은 주황색으로 붉게 물들었지

우리들의 꿈도 둥둥 여물어 갔지

 

 

 

⁽¹⁾ 큰 바위 얼굴-미, 단편 소설 제목,

                 1850년, 너새니얼 호손

 

'시 & 짧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액자  (7) 2022.07.25
전투일기 /내 어릴 적  (16) 2022.07.23
산딸기 익는 계절  (34) 2022.07.17
5호선 검단산행  (7) 2022.07.13
여름친구  (1) 2022.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