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탁구의 / 시 / 수필 / 사진 / 일상 입니다
시 & 짧은글

흔적

by 탁구씨 2021. 10. 6.

 

 

 

흔적

 

야트막한 야산 밑

단층의 간결한 집에서 풀잎처럼 살아가는

그들은 아름다웠다

 

사진 한 장 한 권의 책

추억은 자신의 것이지

남겨지는 자의 것이 아니라는

소중한 물건도, 좋은 기억으로 남기려는

한 줄의 글도 욕심이고

떠난 자의 애착은

돌봐 주지 않는 짐이 될 뿐이라는

그래서 하나하나 줄여간다는 그들의 조용한 언어는

따스하고 풍요로웠다

 

하얀 연못 위 눈밭에

남겨진 작은 새의 발자국처럼

깨끗이 살다가

얼음 풀리는 봄날 사르르 사라질 것 같은

그들의 미소는

백발만큼이나 맑고 투명했다

 

 

 

'시 & 짧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소유를 소유하다  (0) 2021.10.12
관세음보살  (0) 2021.10.09
은구슬  (0) 2021.09.27
뒤 돌아본다  (0) 2021.09.24
절 집에 묵다  (0) 2021.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