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를 소유하다
이 가을엔
낙엽만이 지는 것이 아니다
욕심이 많아 태산을 가린다
가위로 잘라내고 군더더기를 버린다
비워 가며 사는 삶이 얼마나 풍요로운가
그 얼마나 평온한가
낙엽 진 나무가 얼마나 당당한가
떨어진 열매가 아름다운 싹을 틔운다
소유하지 말고 기억하라 방관하라
글을 잘 쓰겠다는 것도
흠 없는 삶을 살겠다는 것도 욕심이고
외롭지 않겠다는 것도 욕심이다
부질없는 흔적을 남기지 마라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나목이
세상을 다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