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야트막한 야산 밑
단층의 간결한 집에서 풀잎처럼 살아가는
그들은 아름다웠다
사진 한 장 한 권의 책
추억은 자신의 것이지
남겨지는 자의 것이 아니라는
소중한 물건도, 좋은 기억으로 남기려는
한 줄의 글도 욕심이고
떠난 자의 애착은
돌봐 주지 않는 짐이 될 뿐이라는
그래서 하나하나 줄여간다는 그들의 조용한 언어는
따스하고 풍요로웠다
하얀 연못 위 눈밭에
남겨진 작은 새의 발자국처럼
깨끗이 살다가
얼음 풀리는 봄날 사르르 사라질 것 같은
그들의 미소는
백발만큼이나 맑고 투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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