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탁구의 / 시 / 수필 / 사진 / 일상 입니다
시 & 짧은글

시경 詩境

by 탁구씨 2021. 5. 28.

시경詩境-시의 경지, 추사 김정희의 글씨

시경 詩境

 

1

밥 나오는 것도

돈 나오는 것도 아닌데

목적도 없고 이유도 없이

왜 시를 쓴다고 머리를 싸매고 있는지

청도 소싸움에서 무지막지 머리를

들이밀고 씩씩 콧김을 뿜어내는 소 같아

머리에 쥐가 나고 김이 무럭무럭 솟는다

이 먹먹한 마음을 꺼내어

대관령 찬바람을 맞히고

속초 앞 맑은 바닷물에 설렁설렁 흔들어 씻어

낙산사 언덕 청량한 바람에 훌훌 털어

말려 나 볼까 보다

 

2

예정에도 없던 과욕으로

이제 다시 시를 쓰겠다고

날 밤 세워 눈 통증 팔 통증

찬물로 씻어가며 읽고 쓰고 고치고

근무 중에도 틈틈이 직원들 눈치 보아가며

고치고 또 고치고 그래도 멍한 가슴 차지 않으니

시의 경계가 어디인지

양양 고성 밝은 바닷소리에

눈 청소 귀 청소를 하고

마음 가운데 뿌리박은 욕심도

더러 뽑아 흘려보내

숨통 좀 틔울까 보다

'시 & 짧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각 組閣  (0) 2021.05.31
결핍  (0) 2021.05.29
나도 임계장  (0) 2021.05.28
새 교복  (0) 2021.05.27
알라딘의 요술 램프  (0) 2021.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