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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짧은글

맑은 평화

by 탁구씨 2020. 9. 3.

 

맑은 평화

 

한가로운 시간 사랑마루에 앉아 차를 마신다

 

뜨거운 물을 숙우에 붓는다

숙우의 물을 다관에 부어 데우고

다관의 물을 찻잔에 부어 잔을 데운다

바람도 없는데 낙엽하나 팔랑 곁에 내려앉는다

 

뜨거운 물을 식도록 숙우에 부어 놓는다

차를 차시로 알맞게 덜어 다관에 담는다

물의 온도가 알맞게 될 때까지 찬찬히 기다린다

내려앉은 낙엽도 외로운 듯 곁에 가만히 있다

 

숙우의 물을 다관에 부어 차를 우려낸다

우러나는 동안 찻잔의 물을 퇴수기에 비운다

우려난 차를 숙우에 따른다

가볍게 들어 높낮이를 달리하니 잔잔한 시냇물 소리가 난다

낙엽도 살짝 움직여 자리를 고쳐 앉는다

 

알맞게 우려 난 숙우의 차를 찻잔에 따른다

숙우를 들어 가볍게 오르내리면 쪼르르 ~

추억 같고 그리움 같은 향기로운 소리이다

따뜻한 촉감을 느끼며 한손으로 받치고 한 모금 입에 머문다

 

입안에 온기가 느껴지며 따스한 향기가 부드럽게 감돈다

가슴이 따뜻해지고 몸과 마음을 깨운다

차를 마시는 여유와 행복은 이러하다

오늘 조용히 떨어진 낙엽 한 잎은 나의 차 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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