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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짧은글

시골길 2

by 탁구씨 2020. 9. 4.

 

시골길 2

 

시골길을 좋아한다

파릇한 보리 들판을 걸으면

시냇가 아이 피리소리 정겹고

간간히 거름 냄새 푸근하다

투박한 시골길이 간다

 

마을 들어 모퉁이 돌아서면

울 밑에 누이의 봉선화가 피고

마당에 빨간 고추가 마르고

닭 쫓는 어머니의 소리가 들린다

골목길로 감나무가 어깨를 내어주며

쉬어가라 해바라기 빙긋이 웃는다

버스가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먼지 속을 아이들이 쫓아간다

신작로 미루나무에 매미 운다

 

해질 무렵

주인보다 먼저 암소가 어슬렁어슬렁

집을 찾아들고 송아지 천방지축 뛴다

지게를 지고 돌아오는 아버지

밥 짓는 연기 오르고

구수한 내음이 먼저 마중을 나간다

 

사람도 반듯한 아스팔트보다

투박한 시골길 같은 사람이 좋다.

묵묵히 땀 흘려 가족을 안고

이웃을 안고 가는 시골길 같은 사람이 더 좋다

시끌벅적한 장터를 지나고

강 건너 산 넘어가는 길

길은 이어지고 투박한 진실이 있는 시골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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