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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긴글

교육의 질은 선생님의 질

by 탁구씨 2015. 7. 24.

 

교육의 질은 선생님의 질

 

누구나 학창생활의 아련한 추억과 함께 선생님에 대한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선생님은 인간의 성장과정에서 인격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며 한 인간의 일생을 좌우할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래서 교직이란 숭고한 것이고 또한 그 만큼 사명감도 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선생님은 존경 받아야 하고 선생님 또한 스스로가 존경받을 수 있도록 소양을 갖추어야 될 것이다. 나는 교육의 질은 선생님의 질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필수적인 요건이다.

이미 선생님들은 대체적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있고 또한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오랜 교직 생활 끝에 은퇴하신 선생님들을 만나보면 재직 시의 공과와 관계없이 그 자부심이 대단하다. 무조건 공감하기에는 그렇지만 자랑스러운 교직이 되도록 자신과 사회가 함께 노력하여야 되리라고 본다. 그 때에 교육이 바로 서고 학부모는 자녀를 믿고 맡기고 선생님도 더욱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소임에 임하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갑자기 교직에 대한 예찬이나 사명감을 이야기 하려는 것이 아니다. 요즘 뉴스에서 보면 선생님에 대한 학생들의 불손한 태도나 학부모와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충돌에 가까운 갈등을 보고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선생님은 선생님이라기보다 단순한 생업이라는 생각이 들고, 학부형들 또한 그저 제도상 학교에 보내게 되어 있으니 보낸다는 그런 느낌이다. 선생님은 학생을 사랑으로 대하지 않고 부모는 자녀가 조금이라도 불리한 대우를 받게 되면 그냥 달려가서 항의하고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스승과 제자라는 그런 느낌은 가질 수가 없다.

이전의 군사부일체라든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그런 말은 그저 고루한 생각으로 치부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학생이나 부모님이 선생님을 신뢰하고 존경할 때에, 선생님 또한 더욱 사명감을 가지게 되고 학생들은 바르게 성장 할 수가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흔히들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는 다정한 선생님, 자신을 희생해가며 제자의 인생을 이끌어 주신 선생님 등 잊지 못할 미담들이 많이 있다. 아마도 우리의 선생님들 대부분이 그런 정과 열의를 가지고 임하기 때문이리라는 생각은 가져본다.

나에게도 잊지 못할 몇 분의 선생님이 계신다. 대부분은 좋은 선생님이셨다. 그러나 나는 미담 보다가도 조금 다른 측면에서 잊지 못 할 선생님을 기억해 보았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쑥스러워서도 누구에게 이야기해 본 적은 별로 없으며 가끔 계기가 있을 때 스쳐가는 생각으로 그때 왜 그러셨을까 하는 혼자만의 궁금증으로 수십 년간 남아 있었다.

그런데 문득 나이가 들고 우연히 친구들과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떠들던 중에 은연 중 감이 오는 부분들이 있었다. 당연히 원망하거나 그런 의도는 아니다, 그저 가십거리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였다. 겨울 방학 직전, 눈이 약간씩 흩뿌리던 중간 조회 시간에 우리는 운동장의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나도 학급 회장이었기에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높은 화단 위에서 보고 계시던 담임선생님이 느닷없이 손짓을 하며 뛰어내려 오시더니 많은 아이들이 보는 데에서 나의 뺨을 후려 치셨다. 영문을 몰랐다. 어이가 없고 그 때는 억울함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 이유를 알지도 알 생각도 못하고 심지어 눈물도 흘리지 못하며 그냥 멀거니 서 있기밖에 못했다. 나는 회장이었고 나름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이었는데 무지 창피하기만 했다.

왜 그랬을까? 선생님의 어떤 지시를 못들 은 것 같은데 나의 평소 학교생활 태도로 봐서 분명 특정 잘못 때문만은 아니셨을 거다. 누적된 밉보임이 순간 돌출되어 나온 것으로 봐야한다. 수십 년의 무수한 시간이 흐른 후에서야 친구들과 떠드는 과정에서 겨우 이런 느낌이 왔다.

나는 소재지 아이들처럼 차림이 단정하지도, 좋은 옷을 입지도, 얼굴이 희멀겋지도, 회장이라고 약빠르지도 못했으며, 더구나 회장이고 우등생이었지만 부모님이 학교에 오신 적도 없었다. 그때에도 스승의 날이나 행사 때에는 선생님께 각별한 부모님들이 있었던 것 같다. 소풍날에는 선생님 도시락을 부모님이 준비하여 따라오거나 애들 편에 보내고는 하였다. 우리 담임선생님은 소풍 날 다른 학급의 선생님 점심 도시락을 얻어 드셨을 것이다.

또한 그 시절 박봉인 선생님은 저녁에 아이들을 모아 놓고 공공연히 과외를 하고 있었는데 과외비 부담으로 나는 참석하지 못했다. 이 모두 내가 학급 회장이었기에 생각해 볼 수 있는 해석이다. 학급 회장은 연초에 반원들의 투표로 뽑았다.

오랜 훗날 대학을 졸업하고 활발히 직장 생활을 하던 중에 어떤 예식장에서 만났다. 조금은 남루하고 초췌한 모습이셨다. 나는 반갑게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그 순간에도 운동장에서의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이런 것인 것 같다. 상처는 마음속에 쌓인다.

다음으로 생각나는 선생님은 중학교 때였다. 새로운 선생님이 부임하시던 신학기 무렵, 우리는 친구들과 왁자하게 하교를 하고 있었는데 마을 가운데에서 선생님을 만났고 우리는 여느 때처럼 인사를 드리고 계속 떠들며 지나갔다. 이튼 날 점심시간에 우리 몇은 교무실로 불려갔고, 맞았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교무실 한편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

그때도 나는 학급 실장이었고 함께한 친구들 역시 우등생이었으며 모두들 모범생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왜일까 역시 이유를 몰랐다. 모든 선생님들이 보는 가운데 창피함은 극에 달했다. 그때도 억울하다는 생각만 했지 왜냐고 묻지도 못했다. 한참 후에 학생과장 선생님이 ‘너희들 시내에서 신규 부임 선생님을 놀리고 조롱한 적이 있느냐’고 하시며 ‘당연히 아닐 거라’고 말씀 하셨다. 당연히 아니었다. 그 선생님은 그 후에도 본인에게 어떤 결함이 있는지 수시로 자격지심을 보였다.

또 이런 선생님이 계셨다. 공대를 나온 수학 선생님이셨는데 수업은 칠판에 문제를 마치 외워서 오신 듯이 혼자 술술 풀어 나가는 방법이었다. 문제 풀이에 대한 설명은 있었지만 알아듣기 힘들었고 질문은 싫어 하셨다. 수업시간의 대부분을 다른 장난으로 친구들을 괴롭히며 지나가고는 하였다. 나는 자습서를 보며 공부를 하였고 선생님의 문제풀이가 자습서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후에 수학 때문에 정말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고 인생 진로에도 영향이 있었다는 생각이다.

그 다음에 생각나는 분은 어느 날 등교를 하고 있는데 친구들이 몰려와 신문기자라는 분이 나를 찾았다는 것이다. 나는 지나쳐 듣고 교실로 들어갔고 2교시가 끝날 무렵 교장 선생님께서 찾으셨다. 교장 선생님은 두서없이 열심히 공부나 하여 꼭 S대에 들어가야 한다고 하였다. 나는 생각도 없이 씩씩하게 대답하고 나왔다.

그리고 며칠 후 사회과 선생님이 사직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무렵 실습차원의 학교 협동조합이 있었고 조합 매점에서는 교재와 문구, 빵 등을 팔았다. 그만두신 선생님은 지리부도를 거기서 사라고 하셨고 나는 그때 학교협동조합 조합장이었다. 지금도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이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확실 한 것 같다.

대학에 들어왔다. 학과장 교수님이 고등학교 선배님이셨다. 시간상 어렵게 나가는 대학이었는데 이 분은 나를 보기만 하면 빙긋이 웃는 것이었다. 그 웃음이 뭔가가 기분이 좋지 못하였다. 후배니까 친근감의 표시였을까. 아닌 것 같다.

학창 생활 중 선생님에 대한 가십거리들을 적어봤다. 공통점은 내가 그 이유나 내용을 확실히는 모른 다는 것이다. 그만큼 둔감하고 어리석었다는 뜻일까. 선생님에 대한 무조건적인 경외심이 아닐까.

한 때는 선생님이 될까도 생각해 봤었다. ‘선생님’ 정말 고결한 단어이다. 그러기 때문에 소양이 있어야 하고 좀 더 세심하게 행동하여야 되리라고 본다. 어릴 때의 기억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게 되고, 이는 한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일들은 나의 선생님에 대한 많은 좋은 기억들 중 아주 작은 단편이다. 한번 역으로 되짚어 본 것이다. 위의 선생님들은 내가 매우 좋아하던 분들이기도 하였다. 많은 선생님들, 지금쯤 어디서 어떻게 계실까 무척 궁금하다. 좀 더 떳떳하고 당당하게 이리저리 수소문하여 인사라도 드리지 못함이 퍽 아쉽다. 대부분의 선생님을 존경한다. 그리고 만나고 싶기도 하고 직접 감사를 드리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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