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폭염과 연이은 태풍등으로 미루어 오던 여름휴가를 9월이 되어서야 떠난다.
뿐만아니라 여러가지 사정으로 어쩌면 올해는 여름여행을 실시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었다.
그러나 사무실의 배려, 가족들에 대한 미안, 내 스스로도 상실감이 클것 같아 느즈막히
그것도 그동안 세워오던 계획을 무시하고 떠나 본다.
그래 여행은, 비록 대단한 여행이 아니더라도 그냥 훌쩍 떠나는 거라고 했던가?
초가을의 날씨는 상쾌하다. 비록 남쪽에는 태풍 '덴므' '곤파스'에 이어 '말로'가 진행중이라고 하지만
잠간씩 스치는 바람일지라도 계절에 묻어 오는 상쾌함은 어쩔수 없다. 창밖으로 서산의 목장지대가 지난다.
여행에서의 백미는 휴계소다. 잠시 차를 멈추고 휴계소의 그것도 야외 테라스 같은곳에서
자동 판매기에서 쏟아지는 한잔의 커피를 여행객들과 주차장을 들고 나가는 차들을 바라보며
느긋이 마실때에 아, 드디어 내가 해방 되었구나! 하는 그 느긋한 여유를 맛본다.
서산 마애삼존불이다.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마애불 중 가장 오래되고 또한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한다.
중앙에는 여래입상, 오른쪽에 반가사유상, 왼쪽에 보살 입상이 조각되어 있으며,
6세기 중엽의 백제작품으로 흔히 우리가 다른곳에서 볼수 있는 부처의 신비한 미소에 비추어
이곳의 부처님은 천진하리 만큼 앳된 미소를 띄고 있다.
도톰한 윗 입술과 볼록한 볼이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신기하리 만큼 아름다운 미소다.
그 밝은 미소가 "백제의 미소"라고 불리어진다고도 하며 나는 이를 조각한 시대적 평화로움과
조각한 작가의 아름다운 마음상태를 상상해 보며 오랜시간 바라 보았다.
마애불을 나와 계곡으로 한 2-3KM를 더 들어 가면 '보원사지'가 나타난다.
한참 발굴중으로 그 규모가 대단하다. 훗날 고증을 거쳐 다시 재건되어 질 것을 기대해 본다.
개심사다. 한자로 어떻게 쓸까? 동행은 '당연히 開心寺 이겠지만 改心寺라도 좋다.
좋은 마음으로 고쳐 먹자는 것과 마음을 열어 좋은 마음을 갖는 것이 같은 뜻이 아니겠냐'며 선 문답을 한다.
개심사는 수덕사(修德寺)의 말사로 자연계단을 오르면 3단 가량으로 조성된 평탄한 사지(寺址)가 보이고
일탑형(一塔型) 가람배치가 나타난다. 안양루(安養樓)와 무량수전(無量壽殿)등 내고향 영주 부석사의
전각들과 이름을 같이하여 친근감이 있다. 아니 부근에도 부석면이 있고 浮石寺가 있기도 하다.
인근 한우 목장의 초지를 오르는 언덕길이 아름답다. 느긋한 오후에 천천히 걸어 보고픈
충동을 느낀다. 자동차나 오토바이등도 괜찮을 것이다. 아니 말을 타고 오르면 어떨까?
막막한 목장지대에 초지만 있을뿐 소를 보지 못했는데 언덕을 넘으니 소떼들이 보인다.
소떼들은 느긋이 앉거나 서서 너무나 천연덕 스럽게 우리를 구경하고 있다.
가까이 가도 반응을 보이지 앉는다. 풀을 맘껏 먹고 되새김질을 하고 있는 모습에서 숙연함 마져 느낀다.
부근을 한바퀴 돌고 내려 오는데 이제 소들이 집을 찾아 드나 보다. 수백두의 소들이
한길을 가로막고 리더를 따라 선한 모습으로 떼어 지어 움직이고 있다.
아마 저 저수지를 건너고 언덕을 넘어 축사가 있나 보다. 교량은 소떼 전용이라고 한다.
철 늦은 여행이 퍽이나 한가롭다. (2010. 9.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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