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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행

도보성지순례 은이공소-골배마실

by 탁구씨 2010. 7. 31.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약간 서늘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가까운 어느 나무에서 매미 소리도 들려 온다.

이런 날은 텅 빈 운동장에서 계절을 앞당겨 핀 화단의 가을꽃 과 매미소리, 뭉게구름,

그리고 한풀꺾인 햇살을 느끼며 바라보고 있을 때에 참 편안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보니 오늘이 벌써 7월의 마지막 날  31일이다.

계절의 변화는 오묘하여 어느덧 여름도 최고조를 넘어서고 있나보다.

2010년 7월은 습기에 찌든 눅눅한 바람과 내외적인 문제로 짜증을 누르기 힘든 날들이 많았다.

피하고 싶은 의지도 버린 체 주저앉아 그냥 막연히 빠져드는 시간이기도 했다.

 

 

 

지난주 무엇인가에 부딪치고 내던져지고 싶다는 간절한 욕구를 느꼈다.

그래, 눅눅한 시간 속으로 천천히 허우적대며 즐기듯이 빠져 들어 보자.

언덕을 오르는 고통의 님을 조금이라도 느껴보며

지금 이 가벼운 십자가를 무겁게만 느끼는 나약한 자신을 위로하고 무게를 감내해 보자.

 

 

도보성지순례

은이공소와 골배마실 성지 그리고 그 주변을 뙤약볕 아래 천천히 걸어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용인 백암 제일식당에서 유명한 백암순대로 배를 채우기까지는 겨우 남은 여유를 부리고,

은이공소에 도착하여 14처를 돌고, 말 그대로의 숨은(은이) 계곡으로 들어서니

무덥고 칙칙한 숲기운이 온몸을 땀으로 감싼다.  

 

 

얼굴과 목, 등줄기를 타고 땀이 후줄근하게 흘러 내린다.

삼덕고개를 거쳐 골배마실 성지를 향하는 산등성이는 바람 한점 없고 인기척도 없으며

무더위만 내려 앉아 숨이 턱에 닫아 헐덕인다.

염천에 산능선을 1시간여 걸어 형제봉 정상의 미군부대 헬기장에 도착했으나

골배마실은 나타나지 않고 다시 내리막 길이다.

우리는 도저히 되돌아 올라 올 자신이 없어 할수 없이 중도 하산을 결정했다.

 

 

은이공소에 도착하여 할수 없이 차로 골배마실 성지와 양지성당을 순례했다.

골배마실은 양지 CC가운데에 있었다.

조금전에 도보로 산을 넘어 왔을때 거의 다 도착했었던것 같으나

역시 다시 올라 산을 넘어가는 데에는 당시 컨디션으로는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날씨가 너무 더운 탓인지 무거운 마음 탓인지 다른 때처럼 컨디션이 완전히 좋지는 않다.

그래도 하루를 뜻 한대로 보냈다는 데에는 의미가 있었다. 

 

 

이제 내일이면 8월이다.

8월은 폭염은 계속되지만 눅눅함은 사라지고 태양아래 정열이 이글거리는 계절로 접어든다.

그래, 님은 감당할 만한 고통만을 주신다.

칠판에 쓰여 있다. ‘피할수 없는 고통이라면 즐기자!’

쉬운일을 어렵게 생각하는 나, 역시 문제성이 많다.

불타는 태양아래 이글거리는 열정을 안고 일상속으로 달려 보자. 

 

도보성지순례 코스 : 양지IC-

은이공소(주차)-삼덕고개-골배마실-양지성당-은이공소

은이공소-삼덕고개-미리내-은이공소 (3-5시간 걸린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