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마실을 걷다
1
개나리도 피고 산수유도 피었다
지천이 봄이다
온통 화사함으로 꽃 멀미를 한다
삽으로 화단 한가운데를 판다
깊숙이 판다
숨겨놓은 꽃눈을 발견하기 위해서
지천이 꽃인데 나의 꽃눈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내 사랑의 꽃눈은 어디쯤 있을까
봄볕이 따사롭게 비추인다
햇살 속으로 아지랑이가 피어난다
2
지난해에 숨겨 놓은 꿈의 씨앗을
찾기 위해서
흐드러진 봄의 꽃무리 속에
꿈의 꽃망울을 터뜨리기 위해서
저 깊은 곳에서 아직 꿈틀거리는
씨앗을 발견하기 위해서
이 봄 삽으로 화단을 뒤적인다
퍼 올려진 흙더미는 산을 이룬다
내 꿈의 씨앗은 저렇게 크다
3
꽃망울이 드디어 터졌다
흐드러진 꽃무리 속에서 인생의
화사한 꽃잎을 발견한다
꽃무리 속에는 나의 꽃도 피고 있다
청춘의 꿈도 인생도 활짝 피어 있다
더 이상 꿈의 삽질을 하지 마라
다시 화단에 꽃씨를 심으려고도
하지 마라
내 머리가 혼미한 것은
그 꽃들의 환상이다, 이미 피어난
꽃무리 속에서 나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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