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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긴글 쓰기

재경 총동창회 추계 산행대회

by 탁구+ 2024. 11. 11.

재경 총동창회 추계 산행 대회가 가까이 청계산에서 열렸다. 33회 졸업생부터 95회 졸업생까지 무려 62년의 차이를 둔 동문들이 한마음으로 모인 것이다. 산 밑 전철역에는 일찍부터 연세가 지긋한 분들을 비롯하여 젊은 청년들까지 수백 명의 동문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전통이 있다는 것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깊은 긍지를 느끼는 순간이다.


여기에는 어떤 특정한 이데올로기나 이해타산이 없다. 여든을 훨씬 넘긴 동문들이나 서른 살의 동문들이 모두 고향과 친구,
모교에 대한 긍지라는 순수한 생각으로 모인 것이다. 우리는 전통 있는 고교의 동문이라는 것, 깊은 동류의식과 높은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연령상으로는 자신 나이의 두 배가 넘고 가정으로 본다면 할아버지 관계를 넘어서지만 모두 선배이고 후배일 뿐이다.
행사 진행을 맡은 동문인 젊은 아나운서에 의하면 최고령 선배님들과 함께 등산을 하였는데 고령이지만 떠들고 웃으며 결코 다른 등산객에게 뒤지지 않고 꿋꿋이 산행을 하였다고 하며 면면히 흐르는 끈끈한 정을 느꼈다고 한다.
우리는 일백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지방의 상업고등학교가 모태이다. 수많은 동문들이 곳곳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특히 금융, 회계 직종에 많이 포진하고 있다. 수십 년 전 모든 여건이 어려운 시절에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모인 젊은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여 곳곳에서 제 역할을 톡톡이 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곳곳에서 활동한 유명한 인사들을 찾을 수가 있다. 일제 강점기에는 태극단이라는 학생독립운동 단체를 조직하여 학생 독립운동을 이끌었고 젊은 학생들이 수많은 고초를 겪고 순국하기도 하였다. 태극단 학생 독립운동 기념탑이 모교 운동장 한편에 서있다. 그 정신은 최근으로도 이어져 민주화 운동에서도 한 동문의 모습이 나온다. 최근 개봉되었던 12.12관련 영화에서 주연으로 등장한다. 평소 동문들에게서 특정 사안이 아닌 일상에서도 주장을 꺾지 않는 강한 정신이 면면히 흐름을 느낄 수가 있다.
모교는 무엇보다 운동부에서 유명하다. 8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야구부는 프로야구가 없던 시절에는 한국야구의 대명사였으며 전 국민을 라디오 앞으로 모여 열광케 하였었다. 수많은 유명 선수들을 배출하였으며 현재도 후배들이 각종대회에서 날리고 있는 것을 뉴스로 본다. 야구 외에도 전국체전을 우승한 럭비부와 테니스도 유명하다.


우리가 공부하던 교사의 본관은 지방 유형문화재로 등록되어 관리되고 있다. 단순히 모교를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긍지는 현재 어떤 부분에서도 활발하다. 설립 100주년에는 동문의 모금으로 백주년 기념관을 건립하고 각 기수별 동문회 모임도 그 끈끈함은 다른 어느 학교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학교 사랑이라는 것이 어느 학교에 국한된 것일 수도 있지만 지역사회의 사랑이고 이는 나아가 지역 균형 발전의 한축이 될 수도 있음을 본다.

총동창회 행사이기는 하였지만 이 가을날에 동기생들과 오랜만에 산을 올라 마음껏 떠들고 땀을 흘려보는 즐거운 하루였다.(2024.11.11 하루 한글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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