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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이 가는 길
시 & 짧은 글 쓰기

알밤

by 탁구+ 2024. 9. 29.


 알밤
 
선선한 바람 불어
툭, 밤송이 하나
떨어지고
수풀을 헤쳐 알밤을 찾는다
 
실타래처럼 엉킨 수풀
그 속에 알밤 같은
내 삶 있을 것이니
 
얽히고설킨 숲에서
벌레 먹고 영글지 못한 쭉정이는
버리고 똘똘한 한 톨
영근 밤을 줍는다
  
폭서가 질경이 같이

두껍게 붙은
여름 한철을 잘도 견뎌 왔다
 
산산한 주일 아침에
헝클어진 숲 속에서
한줄기 산뜻한 빛을 발견하고
 
숲을 정리하여
깨끗하고 단단한 길을 만든다
나의 길
내가 왔으면 하는 길
내가 가기를 원하는 길
 
나의 밤나무 아래
맑고 단단한 대지를 딛고
반짝이는 알밤을 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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