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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짧은글

순천만 / 김탁기

by 탁구씨 2024. 3. 8.

 

순천만 / 김탁기

 

마음이 어지럽거든

순천만으로 가라

가서 바람에 흐느끼는 푸른 파도가 돼라

바람 불어오는 대로 넘어지고

꿋꿋이 일어서라

들판 가득히 크게 흔들려라

가슴을 가득 채운 못다 한 말을

마음껏 뱉어내고 푸른 생명으로 가득 채워라

 

가슴이 답답한 날이 있거든

순천만 갈대숲으로 가라

둘러선 높은 산을 베고

일렁이는 갈대밭에 크게 누워 수평선의 속삭임을 들어라

순천만 갯벌이 되어

너그러운 바다의 노래를 들어라

뻘게 짱뚱어의 속삭이는 이야기를 들어라

인생은 별것이 아니라고 스쳐 가는 소리를 놓치지 말라

가슴 가득히 푸른 갈대로 채우고

맑은 바람을 담으며

사정없는 흔들림 속으로 뛰어들어라

 

갯바람이 되어 함께 흔들려라

순천 동천의 갯물이 되어

서해의 너른 바다로 첨벙첨벙 달려가라

산들바람이 불거든 두 팔을 벌려

너른 들판을 껴안고

그 품속에서 잠들어라

거친 바람이 불거든 한 마리 솔개가 되어 크게 부딪혀라

물결치는 순천만 갈대숲 높은 하늘을

둥둥 크게 떠다녀라

 

가슴이 답답한 날이면

순천만 갈대숲으로 가라

바다를 성큼성큼 건너온 바람에

온몸을 맡겨 그냥 흔들려라

실컷 흔들리고

실컷 흐느끼고 실컷 토해내고 해묵은 가슴을 비워라

벅찬 환희를 가슴에 가득 채우고

서울행 기차를 타라

(240304 입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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