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주飯酒
오래전 아버지께서는 식사 때에
늘 반주飯酒를 하셨고
그것도 딱 한 잔이셨다
반주 한 잔은 보약보다도 났다고 하셨다
어느 때부터는 아예 소주 한 병에
유리컵 하나를 뚜껑에 덮어 사랑방 한편
궤짝 옆에 놓아두고는 하셨다
상 차리기 번거롭다는 뜻 이셨다
어느 날 속상하는 일 있어
어깃장으로 병체 벌컥벌컥 마셨더니
드디어 해롱해롱 쓰러졌다
보약 맛을 단단히 봤다
아무도 관심이 없어 김만 빠졌다
언젠가부터 내 식탁에도 술 한 잔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술이 달라졌다는 것 외에는
직접 준비하는 것도 아버지와 같다
내 아이도 아버지를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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