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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짧은글

궤적

by 탁구씨 2021. 2. 14.

 

궤적

 

깊은 잠에서 깨어나

곧바로 일을 시작하네

태연히

낮잠 후의 여인네가

마른빨래를 개듯이,

 

샛바람에 깊은 서랍 속으로

밀려 꽃피고 눈 내리는

소리도 외면한 체

길고 긴 잠을 자네

태엽이 감기기까지는

 

봄날 떨리는 손으로

손목에 채워 주던

둥그런 시계, 새색시

어느덧 은빛 눈발이

내려앉고 내 넓어진

이마에는 바람이 지나가네

 

바늘의 궤적만큼이나

넓고 깊어진 애틋함

찬란하네

가끔은 지난날을

만져보는 것도 기쁨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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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던 시계의 태엽을 감자 금방 삶이 전개 되네

마치 중년 여인네가 낮잠에서 일어나 마른 세탁물을 정리하는 것 같이 태연히 일상은 이어지네

현재를 사네

서랍 깊은 곳으로 밀려 꽃 피고 새 우는 소리도 외면한 체 오랜 잠을 잦지만 궁금한 것은 없네

시계 바늘은 이어서 돌 뿐이네

시간은 추억을 만들고 추억은 옛것을 그리워하여 다시 회복하였을 뿐이네

그리우면 그리워하자

그리고 태엽을 감는 것이 귀찮아지면 다시 서랍 속에 넣어다오

나만의 조용한 시간을 다시 가지고 싶다

조용한 잠을 계속하여도 된다

살고 싶은 대로 살라

가끔은 옛날을 회상하고 만져보는 것도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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