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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긴글

성공 시대를 사는 성공한 사람들

by 탁구씨 2012. 7. 25.

우리는 성공한 시대를 사는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전 시대에 성공 지향적으로 살아왔습니다. 모든 것을 성공에 초점을 맞추고 희생하고 감내하며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 결실로 성공한 시대를 살아가는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성공이라는 단어가 언제부터인가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성공하기 위한 삶이 아니라 성공을 누리는 넉넉함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아쉬움이 없는 편리한 세상을 적절히 잘 이용하여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지요.

어느 날 문득, 정말 살기 좋은 나라, 살기 좋은 시대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모든 생활이 편리해지고 아름다워지고 풍요로워졌습니다. 전에는 감히 생각조차도 해보지 못한 시대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집을 몇 발짝만 나가 보아도 곳곳에 개선되고 잘 가꾸어진 환경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 도심 도로에도 꽃이 있고 사과나무가 있고 벤치가 있으며 심지어 도로를 따라 흐르는 실개천도 있습니다. 며칠 전 집 옆 지천에서는 어린이 수영장이 개설되어 많은 아이들이 정말 흠뻑 취해서 놀고 있더군요. 이 하천이 정말 이 전에 냄새를 풍기고 주변사람들이 혐오하던 그 하천인가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정화된 물에 팔뚝만 한 고기떼들이 떼 지어 헤엄쳐 다니고 양편으로는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가 갖추어져 있으며 이러한 환경을 이제 시내 곳곳에서 자연스레 만날 수가 있습니다.

환경만이 이러한 것이 아닙니다. 일부 사각지대가 있기도 하지만 사회복지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웬만하면 국가로부터 연금이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아이들은 교육비 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곳곳에 육아 시설이 있으며 근로자는 주 5일 근무제에 수시로 연차나 육아휴가 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심지어 선택근무제나 재택근무를 하여 출근하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직주 동일시대를 살아가기도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든 인터넷이 가능하고 핸드폰 하나로 위치를 찾을 수도 있고 실시간 사진을 찍어 현장감 있게 전송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은행 업무를 볼 수도 있으며 쇼핑을 할 수도 있습니다. 지갑을 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지요. 또한 폭염이나 혹한 속에 서서 버스를 기다릴 필요 없이 타고자 하는 버스가 어디까지 오고 있는지 몇 분 후에 도착하는지 바로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기차도 물론이지요. 민원서류를 인터넷으로 뗄 수도 있고, 집에서 세금을 낼 수도 있으며, 공공기관을 찾아가도 친절한 직원들이 마치 시민을 손님 대하듯이 합니다. 속으로는 불편한 사람들이 있을지라도 일단 외형적으로는 말입니다.

이러한 편리를 이전에 쉽게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이러한 편리와 풍요와 아름다움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정말 우리는 성공한 나라의 성공한 사람들로 성공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간혹 사회 지도층(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이 자신의 목적을 위하여 과거를 외곡하고 세상을 선동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그들은 그간의 과정을 의도적으로 호도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합니다. 말만 그럴듯하여 그야말로 내로남불 그 자체입니다. 그들은 자기편의 정당화를 위하여 온갖 부정적인 말로 그간의 단점을 찾아내고 상대를 비방하며 이전투구의 싸움판을 만들고 있습니다. 당연히 건전한 비판은 사회를 건강하게 합니다. 그러나 왜곡된 정보는 이를 지켜보는 우리들이 자신도 모르게 함께 말려들어 혼란스러워지고 각박해지고 비판적이며 부정적인 생각 속으로 빠져들까 염려됩니다. 시대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선악이 있을 수 있지요. 어쩌면 대의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어려운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니 그때도 희망은 풍성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우리는 성공하자고 하는 긍정적인 구호가 있었고 성공하려는 의욕이 있었으며 성공할 것이라는 꿈이 있었습니다. 지도자들은 앞장서서 희망으로 이끌었고 국민들에게 자연스레 희망을 안겨 주었습니다. 우리는 대단한 국민이고 우수한 민족이라는 자긍심이 넘쳐 났습니다. 심지어 '오랜 역사적 우수성을 가지고 있는 단일 민족이니, 백의민족'이라는 말로 자긍심을 심어주던 생각을 하면 요즘의 지구국가라는 것과 비교하여 폐쇄적인 인종차별이 아니었나 하는 가벼운 웃음조차 나옵니다. 우리는 신나게 자신과 사회와 국가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그 결과 이 시대를 풍요롭게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지도자는 과거의 부정적인 비판보다 희망적인 장래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거가 아닌 미래 지향적이어야 하지요.

잠시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이제까지 우리가 성공을 위하여 어려움을 탈피하기 위하여 애써 살아왔으니 이제는 이를 좀 내려놓고 느긋이 자신의 인생을 살펴보자는 것입니다. 무조건 내팽개치고 즐기자는 것이 아니라, 성공하자는 것, 즉, 명예 돈 따위는 이제 어느 정도 정리된 세대에 왔으니 이제는 시각을 바꾸어 좀 느긋이 방관하며 이제까지 노력의 결실을 자신과 사회를 위하여 가치 있게 살아 보자는 것입니다.

지방의 어느 산촌, 그 시대는 대부분이 그랬지만 어려운 마을에서 태어나 어렵게 자랐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렇게 발전된 나라의 발전된 도시에서 그나마 이렇게 어려움 없이 살고 있습니다. 얼마나 감사할 일입니까?

이제 우리가 미래의 다음 세대까지를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해온 과정이 있으니 내일은 내일에 맡겨 놓고 우리는 우리가 성공시킨 이 나라에서 성공한 사람답게 자긍심을 가지고 여유 있게 생활해 보자는 것이지요. 우리는 성공한 시대를 사는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2012.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