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에 50대로 살아간다는 것.
사막을 걷는 기분이지요.
여기서 사막은 모래 바람이 불고 이글거리는 태양과 싸우면서 나가는
동적인 곳이 아니라 메마른 황야 같은 것이지요.
혹시 중동 아시아 지역의 황야를 아시나요?
수십 수백 킬로를 가도 끝없이 펼쳐지는 거친 돌밭, 높은 산도 깊은 계곡도 없이
그냥 황폐한 흙과 돌덩이들로 크고 작은 굴곡을 이루고 있을 뿐이지요.
식물이라고는 대부분 가시로 된 풀로 거친 흙바닥에 바짝 붙어
빛깔조차 갈색을 띄며 살아 있는 듯 이미 말라 버린 듯 분간도 잘 되지 않고요.
어떤 때는 사막이나 황무지의 상징처럼 알려진 바람도 잘 불지 않습니다.
그곳을 가끔 한가한 시간에 막연히 걸어 보는 때가 있었습니다.
간혹 가시풀외에 도마뱀이나 들개, 길 잃은 노새 같은 것을 만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만나는 것도, 찾을 것도, 구경할 것도 없는 메마른 황무지만이 있습니다.
건조한 바람과 메마른 대지, 말라버린 작은 키의 가시식물 가운데에 서있노라면
모든 것이 정지된 체 고독감과, 정체감, 표현하기 어려운 허무를 경험하게 됩니다.
섭씨 50도로 내리 쪼이는 열사를 터벅터벅 걷다가 멀리 지평선을 바라보면
초점이 고정되지 못한 체 멍한 상태가 되기도 하지요.
자신의 존재감, 자신을 위해서나 자신의 의지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이 시대의 50대! 곧 수명 100세의 실버시대라는 둥,
수명은 늘어나고 출생률은 줄어들어 몇 년 후면 노령인구가 절반이 된다느니,
국민연금도 고갈된다느니,
직장에서도 첨단 업무를 소화하지 못하는 그저 그런 세대로 분류되고
미쳐 노후준비도 못했는데 퇴출시기도 이미 감지되고 있으며,
청년 실업자도 수십만이니 퇴출 후에는 할 일이 없을 것이라는 등..
암울한 이야기들만이 있습니다.
여기에다가 가정에서도 설자리가 애매합니다.
아이들은 다 컷다고 제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고 아내는 아내대로 이제
아이들 다 키운 해방감에 전화를 껴안고 있거나 친구를 찾아 밖으로 나갑니다.
그러나 50대 가장은 이 어느 것도 할 수 없지요.
직장에서 큰 소리를 칠 수도, 가정에서 아내와 자식들에게 위엄을 부릴 수도,
미래를 완벽히 준비를 해놓은 사람처럼 당당히 큰 소리를 칠 수도 없습니다.
아니 당장 퇴출이 된다면 그날부터 할 일과 수입을 걱정해야 되지요.
물러 설수 도 앞으로 나갈 수도,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습니다.
마치 황야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디 가서 하소연 할 때도 없고 그저 허허로움과 불안감, 외로움이 엄습하지요.
마음 통하는 친구나 만나 소주나 한잔 했으면 좋겠는데 이도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우선 아직은 현실에서 책임을 진 연령대이니 장소적, 시간적 일치가 어렵습니다.
아직은 해야할 일이 많은데... 이런 저런 고민이 엄습합니다.
이 할일이 거창한 꿈이 아닌 것은 확실하고 욕심과도 전혀 다른 일 들이지요.
가족에 대한 의무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그러나 이를 해결해 줄 방법도 사람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뿐만아니라 주위에 따뜻이 맞아 줄 곳도 환희하며 찾아 갈 곳도
애써 외면하며 즐겨 시간을 보낼 곳도 없지요.
그렇다고 왜 그렇게 사는지 물어 본 적도 그에 대답할 생각도 해보지 못하고 지냅니다.
그냥 아린 가슴속을 휑하니 메마른 고독이 지나 다닙니다.
어디서 소주라도 한잔 할 수 있는 친구라도 찾아온다면 사막의 오아시스이지요.
소주를 마르게 들이킵니다. 감성 같은 것은 허세고 사치이지요.
저 멍하니 고독과 불안을 떨쳐 버리기 위해 시대가 주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소주를 깊이 털어 넣을 뿐입니다.
이 시대의 50대가 서있는 자리, 걸어가는 자리는
꿈을 찾아서도 목표를 향해서도 아닌 그냥 걸어온 길이기에 휘적휘적 갈 뿐입니다.
주변이나 가족같은 것은 그저 오래 된 악세사리 같은 것이지요.
그래도 오래된 것이기에 벗어 버릴수도 없고
그렇다고 크게 위로가 되지도 않습니다. 그저 거기 한 울타리에 있는 것이지요.
친구 또한 저 언덕너머에서 또한 똑같은 방식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메마른 사막을 메마르게 살아가는 세대 그 세대가 50대이지요.
메마르고 불확실하지만, 그리고 존재감을 찾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가족을 위해,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혹은 뿌려 놓은 씨앗을 위해,
그저 그렇게 무력해지다가도 또 힘을 내어 일어서야만 합니다.
이 시대에 50대로 살아 간다는 것.
사막을 걷는 기분이지만 자기 최면을 걸며 숙명적으로 일어서야만 하는 세대입니다.
(2012.7.11)
<우연한 망중한-남산 N타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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