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한 친구 가 있습니다. 그는 그만 그만한 규모의 중소기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경영자입니다. 이 친구에게는 조금 각별한 면이 있습니다. 이 친구는 경영학을 공부하지도 않았고 기업하는 집안에서 성장하지도 않았으며 규모 있는 기업에 근무한 경력도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만의 독특한 경영방식이 있습니다. 애써 표현하자면 경영 철학이겠지만 그에게는 구태여 경영방식이라든지 경영철학이라든지 그런 화려한 표현이 필요 없는 몸에 밴 습관 같은 것이 있습니다.
우선 이 친구에게는 안 된다. 못한다. 나쁘다. 할 수 없다. 등의 부정적인 사고가 없습니다. 물론 그의 생각이 대단히 거창하거나 큰 것은 아닙니다. 주위의 일상적인 이야기이기에 그럴 수도 있지않느냐는 반박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나는 기회가 있을때에 가끔 긍정적인 사고방식의 효과와 부정적 사고방식의 폐해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나의 경험에서 온 것입니다. 즉 이것은 자신이 부정적인 사고의 폐해를 경험해 본 적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친구에게는 이런 논리 자체가 없습니다. 생각과 행동자체가 자연스레 긍정으로 이루어져 있어 고민하거나 걱정하지 않으며 생각은 하되 결론은 빨리 내립니다. 고민하거나 걱정한다고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다는 것이지요. 만일에 실패하게 되면 그 자체를 금방 잊어 버립니다. 항상 새로운 것, 된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런 것이 그의 성공적인 삶의 한 근간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대단한 성공은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환경이라든가 또 그 자신의 만족도등을 고려해 보면 확실한 성공적인 삶임을 옆에서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의 긍정적인 사고방식 외에 경영에서도 그만의 특별한 방식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 그의 회사를 찾아 갔을 때 마침 직원들이 영업, 배송 등 외부 업무를 마치고 귀사하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직원들이 다 돌아 올 때 까지 태연히 나와 차를 마시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직원들이 모두 들어오자 사무실에 나를 잠시 기다리게 하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 후 곧 그의 음성이 들려 왔습니다. 직원들을 독려 하는데 그것은 기업체 대표로서의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욕설이었고 막말이었습니다. “야 이xx 들아 지금까지 어디서 무엇을 하다가 왔어. 밖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제품들이 보이지 않아. 저것들을 어떻게 처분하고 또 언제 배송 할 거야!” 듣기 민망한 욕설들이 그냥 터져 나왔습니다.
이 친구는 그 전 어느날 오후에 들렀을 때에는 한 직원에게 “야 점심은 먹었냐? 밥은 제대로 먹고 다녀라” 라고 인자하게 말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돌변하는 것이었습니다.
한참 훈계를 마치고 나에게 저녁이나 먹자고 밖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나는 과연 이 친구와 저녁을 먹어도 될까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옷을 챙겨 입고 사무실을 나섰습니다.
그의 회사는 2층에 사무실이 있고 1층에 공장과 제품창고가 있는 형태였습니다. 그는 계단을 내려오며 멀리 보이는 한 직원을 불러 조용히 그러나 아주 자연스럽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야! 김 부장, 직원들 삼겹살이라도 제대로 먹이고 퇴근 시켜라." 그 직원은 자연스럽게 돌아갔습니다.
그 며칠 후 다시 그 회사를 들렸을 때 나는 한 직원을 만나 물어 보았습니다. 저 괴팍스러운 사장 밑에서 어떻게 근무하느냐고? 그런데 생각지 않은 대답이 돌아 왔습니다. '우리 사장님요? 요즘 개인 사업체에 그런 분 없습니다. 월급을 많이 주지는 않아도요. 인간적이고, 직원들을 가족같이 대하고, 혼자 욕심 부리지 않고, 우리회사에서 사장님을 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심지어 어떨 때는 폭행을 당할 뻔하기도 했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그만두는 직원이 없습니다. 우리는 한 가족 같다고 할 까요. 몇년 전 IMF때는 월급을 반납하며 서로 근무하자고 했습니다.'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친구의 이런 욕설 섞인 닦달은 허물없는 애정이고 사랑의 표시였습니다. 넉넉한 용서와 베품이기도 하고요. 그가 이렇게 무난히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이런 넉넉함과 사랑이 있는 그의 인간적인 면의 결과 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믿음과 사랑이 있는 회사였습니다. 그리고 사장이 직원들과 함께 살아간다고 하는 철학이 있는 회사였습니다. 이 회사는 그 후 점점 더 안정적으로 성장 하였습니다.
현재 이 친구는 특별한 사정으로 그 사업을 그만 두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만나지만 그의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큰 마음 씀씀이와 사랑이 담긴 인품은 늘 그를 다시 보게 합니다. 그는 요즘 그동안 틈틈이 불어 오던 색스폰으로 악기연주 동호회를 이끌며 봉사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진짜 하고싶은 이야기는 그는 선천적으로 몸이 자유롭지 않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그에게 부정적인 사고와 장애인이라는 느낌은 전혀 발견 할 수가 없습니다. 소주를 한잔하고 들어 온 저녁 문득 생각나 써 봅니다.(2012.11.27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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