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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탁구의 / 시 / 수필 / 사진 / 일상 입니다

편지3

바다를 품다 바다를 품다 K형, 이 전율의 계절에 아직도 책상에서 씨름하고 있오 여름은 정열이 있지만 게으른 계절이요 가끔은 쉼이 필요하다는 것이요 지난날 호기를 부리던 시간들이 생각나오 그러나 이제 나로서는 어느덧 오기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도 하오 아참, 일전에 취기를 핑계로 한 오기였음을 기어이 인정해야 될 것 같오 이제는 호기도 오기도 아닌 유치한 취기醜氣였오 올 태양도 이미 대지 가운데를 지나고 있오 나는 여름을 좋아했지요 이글거리는 정열과 따가운 햇살의 정적 양면성 때문이요 그러나 이제는 그도 조금씩은 변하는 것 같소 요즘은 그저 조용한 적막만을 즐길 따름이요 이 적막한 시간을 여러 가지 쌓인 일과 사색과 독서와 차를 마시며 조용히 지내고 있소 가끔은 버려버린 상념들이 찾아오기는 하오 그러나 후다닥 다시.. 2021. 8. 3.
가을편지 가을편지 보내준 마른 꽃잎 속에 짧은 머리 나풀대며 하얀 마을길을 걷고 있군요 마을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네요 아름다운 작은 마을로 달려갑니다 추억도 한 움큼 동봉했네요 동구 밖 너럭바위 앉아도 보고 너른 들판에 팔베개 하고 구슬 같은 영롱한 꿈을 꾸네요 맑은 바람 한 자락에 촛농 같은 그리움이 뚝뚝 떨어져 지는 노을 불태우더니 이슬 묻혀 온 마른 꽃잎이 애타던 가슴을 다독이네요 환한 달 떠 오르면 은 그 편에 간절한 사연 꼼꼼히 적어 답장으로 들려 보낼게요 사무치는 연정도 함께 담아서 2020. 9. 10.
손으로 쓰는 편지 손으로 쓰는 편지 가끔은 편지가 쓰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컴퓨터 워드로 뚝딱거려 쓰는 편지가 아닌 손으로 정성을 담아 차분하게 쓰는 편지 말이다. 손으로 쓰더라도 볼펜이나 손쉬운 필기도구가 아닌 펜이나 만년필로 썼으면 한다. 만년필로 쓴다면 새것이 아닌 오래되어 낡은 것이었으면 더 좋겠다. 적당한 편지지에 손에 익숙한 펜으로 한 단어, 한 문장에 신중을 기하며 '사각사각' 소리를 내어 써 내려갈 때 순간의 진실 된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고 운치도, 성취도 있을 것이다. 손으로 쓰는 글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잘 못 쓰거나 잉크라도 떨어뜨리는 날이면 낭패다.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한다. 그러니 신중한 글이 되고 사연도 깊어지게 된다. 어떤 때는 매끄럽지 못한 글이 되기도 하겠지만 다시 쓰기가 쉽지 않으니.. 2020.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