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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짧은글

바다를 품다

by 탁구씨 2021. 8. 3.

속초 앞 바다

 

바다를 품다

 

K형, 이 전율의 계절에

아직도 책상에서 씨름하고 있오

여름은 정열이 있지만 게으른 계절이요

가끔은 쉼이 필요하다는 것이요

지난날 호기를 부리던 시간들이 생각나오

그러나 이제 나로서는

어느덧 오기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도 하오

아참, 일전에 취기를 핑계로 한 오기였음을 기어이

인정해야 될 것 같오

이제는 호기도 오기도 아닌 유치한 취기醜氣였오

 

올 태양도 이미 대지 가운데를 지나고 있오

나는 여름을 좋아했지요

이글거리는 정열과 따가운 햇살의 정적 양면성 때문이요

그러나 이제는 그도 조금씩은 변하는 것 같소

요즘은 그저 조용한 적막만을 즐길 따름이요

이 적막한 시간을 여러 가지 쌓인 일과

사색과 독서와 차를 마시며 조용히 지내고 있소

가끔은 버려버린 상념들이 찾아오기는 하오

그러나 후다닥 다시 꾸겨 버린다오

 

이번 주 우연하게 여유시간을 보내고 있오

충분한 낮잠을 자고 청소에다 도쿄올림픽 중계에

무엇보다도 신경 쓰이던 발가락 통증을 수술하고

아주 적시에 여유로운 시간이라오

그리고 보니 아직도 삶의 군더더기들이 너무 많소

거의 모든 것들 이런저런 불필요한 무게들을

너무 많이 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드오

조금 더 가볍고 간소하게 살고자 하오

K형, 이제 자료 제출도 끝났을 테니

늘 가볍고 건강한 시간이기를 바라오

 

(2021. 8. 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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