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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탁구의 / 시 / 수필 / 사진 / 일상 입니다

시계2

궤적 2 궤적 2 버들가지에 푸른빛이 돈다 서랍 깊숙이 넣어 두었던 시계에 태엽을 감는다 금방 착착 낮잠에서 깨어난 여인네가 마른빨래를 개듯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을 돈다 샛바람에 서랍 속으로 밀려나 꽃 피고 눈 내리는 소리도 잊은 채 깊고 포근한 잠으로 빠졌었구나 떨리는 손으로 손목에 채워 주던 새색시 어느덧 은빛 눈발이 내려앉고 내 넓어진 이마에는 바람이 지나간다 바늘의 궤적만큼 넓고 깊어진 애틋함 가끔은 지난날을 만져보는 것도 기쁨이다 인생도 가끔은 서랍 속에서 곤한 잠을 자다가 태엽을 감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23. 3. 7.
긴 침묵에서 깨어나 긴 침묵에서 깨어나 서랍 속 오래된 손목시계의 태엽을 감으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착착착 소리를 내며 바늘이 돌아간다. 이 시계는 수년 동안 서랍 속에서 잠을 잤다. 그러나 잠시 잠을 자다가 기지개를 켜고 일어난 듯 태연히 일을 시작한다. 마치 낮잠을 한숨 자고 난 후 그동안에 마른 빨래를 앞으로 당겨 하나하나 가지런히 개고 있는 중년 여인네 같다. 이 시계는 그동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꽃피고 비 오고 단풍 들고 눈 내리는 수많은 시간의 반복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태엽이 오랜 시간, 수 십 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한 번에 연결시켜 주어 버렸다. 어느 봄날 떨리는 손으로 나의 손목에 채워주던 아내는 어느덧 중년을 지나 머리에 은빛이 검은 빛보다 많고 나의 성긴 머리카락 속으로는 바람이 술술 지.. 2021. 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