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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탁구의 / 시 / 수필 / 사진 / 일상 입니다

승부역2

간이역은 그리움이다 간이역은 그리움이다 역무원도 없고 맨드라미 곱게 핀 역사만 고개를 길게 빼고 있다 하얀 여름이 녹슨 철로 위를 건너 다니고 백일홍이 예쁘다 기차가 한가롭게 들어오고 졸고 있던 백구가 겨우 눈을 뜬다 오늘도 내리는 이는 없고 장에 가시는 할머니 한 분 타신다 기차는 물 한 모금 마신 듯 다시 슬며시 모롱이를 돌아가고 여름 햇살만 남았다 삶이란 가는 것이다 2021. 7. 21.
풍기역 1 풍기역 1 소백산 아래 풍기역 길게 목을 빼는 산모롱이를 완행열차가 들어온다 강릉 묵호 승부의 바다와 높은 산을 지나 영원한 두 줄기 선로가 다정하게 마주 보며 탄광 먼지를 이고 비릿한 바다 냄새를 안고 백두대간에 힘을 쏟으며 달려와 보따리를 쏟아 놓는다 다시 풍기 인삼의 애환을 도회의 소망과 기대로 바꾸며 소백산의 긴 산 그림자를 돌아 터널을 지나고 산과 들과 강과 나지막이 엎드린 마을을 지나 도회로 도회로 올라간다 풍기역 기차는 바쁘지 않다 힘들어하지도 않는다 하늘 아래 세평(3평) 승부역 간이역에 땀을 다 흘려도 묵묵히 움직인다 산촌의 애환과 소망을 모두 전하고 다시 누군가의 삶을 싣고 청량리를 떠나 기적을 울리며 철썩이는 파도의 고향 바다로 돌아간다 하늘만 보이는 풍기역에서 넓은 세상을 본다 (1.. 2018. 5.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