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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긴글

시골 우체국장

by 탁구씨 2009. 1. 6.

한 친구를 만났다. 시골 우체국장을 하는 친구이다.

얼마 전 고향 부근의 우체국으로 이동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언젠가 고향 가는 길에는 꼭 한번 들러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친구다.

우린 어릴 적 시골에서 같은 중학교를 다니며 나름대로는 참 각별한 추억들이 있다.

그래서 멀리 있지만 항상 근황이 궁금했고,

가끔 통화를 해 보기는 하지만 언제나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에 고향을 들릴 일이 생겨

일단 통화나 해봐야 겠다는 생각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며 전화를 했다.

아차, 그런데 식사중 이란다. 식사 시간임을 미처 생각지 못했다.

일단 안부만 묻고 전화를 끊었지만 고속도로를 나와 읍내로 들어서면서

그래도 얼굴이나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전화를 했고,

그는 반갑게 기다렸다는 듯이 우체국 앞으로 나가 기다리니 얼른 찾아 오란다.

오랜만에 만났다. 우리는 다짜고짜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금 전 식사중이라 했으니 식사를 했겠지만 점심이라도 같이 해야 된다는 

그의 말이 고맙고 때마침 나는 식사 전이라 식당에 마주 앉았다.

낮 시간에 보니 그도 어느덧 머리가 희끗하게 나이 들어가고 있다.

반면 중후한 면도 보이고  인심 좋고 사람 좋을, 

시골 우체국장의 모습이 바로 거기에 있었기에 참 보기가 좋고 흐뭇하다.

근무 중이라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지만 그 동안의 애환을 나누었다.

그의 모습에서 세월과 함께한 경륜에서 묻어나는 인품과

우리 고향 특유의 정과 순수함이 내포된 넘치는 인간미 같은 것이 보인다.

식사를 마치고 훗날 은퇴 후에 지내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농장을 돌아 보았다.

틈틈이 가꾼다는 나무들이 많이 심겨져 있고, 여름에는 야생화도 많이 핀단다.

한쪽에는 집을 지를 터를 구분지어 놓았고

전면에는 소백산이 흘러내리며 만드는 전망이 일품이다.

틈틈이 시간을 내어 손질을 하고 있는데 여름 한철에는 한쪽에 풀을 뽑고 돌아서면,

곧장 잡초가 무성하여 무척 힘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땀을 흘리는 시간이 참 행복하단다.

나이 들어 은근함을 풍기는 친구, 그리고 은퇴를 준비하는 시골 우체국장,

무언가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평화로울 훗날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다.

여이! 아직은 많이 남았지만 끝까지 건강하게, 그리고 열심히 살아 보자꾸나...

돌아설때 그는 각종 선물을 한아름 안겨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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