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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긴글

인생의 쓴잔을 마셔보지 않은 사람은..

by 탁구씨 2005. 6. 30.

TV를 보다가 우연히 "인생의 고배를 마셔보지 않은 사람은 자랑스런 생을 논할 자격이 없다"  뭐 이 비슷한 멘트를 들었다.  '인생의 쓴잔을 마셔보지 않은 사람은 최선의 노력도 해 보지 않았다'는 뜻이였다. 문득 난 인생의 쓴잔을 마셔보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써본다. 

 

어떻게 보면 난 지난 50년중 한46년은 브레이크 없는 생이었다.  시골에서 태어 났지만 그렇게 어렵지도 않았고 자신도 나름대로는 열심히 생활 하였으며 하고자 하는 일은 거의 뜻대로 되었다.  촌놈이 나름대로 명문이라는 고교에 진학하고 야간이라도 대학도 다녔으며 직장도 아쉽지 않은 대기업을 다녔다.  서른도 완전히 되기전에 집도 샀고 연이어 차도 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약간의 부?도 축적하였다. 

 

이런 과정은 나에게 상당한 자부심을 갖게했고 또한 약간은 오만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일종의 적극성일수도 있지만 모든일에서 지기를 싫어하고 주도권을 가져야 했으며 이를 상실했을때에는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런데 이 일종의 오만은 상황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게 되었고 약4년전 나는 겁없이 직장생활에서 독립을 택했다.

 

그것은 일종의 고배의 시작이었다. 세상은 내뜻대로만 움직여 주지는 않았고 그동안의 자만심만큼 시련을 주었다. 상당한 기간 난 심리적 공황감에 빠졌고 멋 모르는 친구들에게서는 욕을 먹을 만큼 은둔을 하기도 했다.  이제 지금 난 그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본다.  물론 상황이 엄청 좋아져서는 아니지만 스스로 적응하고 길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 맞을것이다.  이렇게 보면 난 오늘 TV 멘트에서 인생의 쓴잔과 최선의 노력을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은 자랑스런 생을 논할만큼은 되지 않았지만서도 말이다.

 

써보고 싶은 다른 이야기가 있다.  한참 자신감에 싸여 있던 시절 어느날 내가 조금은 겸손해 져야 된다는 멧세지를 느낀적이 있다.  세상에 멋모르고 안하무인이던 때 아무런 동기도 없이 난 스스로 성당을 나가게 되었고 난 여기서 자신은 너무나 나약하며 매사에 감사하고 자중해야 된다는 강한 느낌을 얻었다. 돌아보니 난 세상에서 가장 낮고 미천한 존재이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의식적으로 행동을 조심하려고 애썼고 지금도 무척 애쓰고 있다.  

 

물론 무의식적으로 근성이 나타나곤 하지만 가능하면 조심하려고 한다. 내 한 친구는 나보고 변화가 너무 심하다고도 한다. 잘못하면 역으로 오만이 될수도, 아니면 많은 사람으로부터 상처입을수 있는 대우를 받을수도 있다 라고 충고 했다. 실제 난 '어떤친구들이 내게 전에 같으면 하지못할 막소리를 한다.'라는 귀띰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난 괘이치 않을 예정이다. 매사에 말부터라도 낮춰가며 살 것이다. 

 

단지 조금의 꺼리낌이 있다면 나의 아이들이 '아빠가 남에게 저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적이 없는것 같다'고 서운해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이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것은 아니다.  나의 아이들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 큰놈이 상당히 공부를 잘했고 지금도 잘하고 있다는것도  대규모 전시회에 입선 하였다는것도 적은 놈이 공부는 안하지만 그냥대로 남못지 않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는것도 자랑스럽다. 또한 묵묵히 가정을 이끌고 남모르게 사회활동을 하고있는 아내도 자랑스럽다. 하지만 이들 자랑은 팔불출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세상은 한만큼 이루어진다. 작년 자신이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느끼고 있을때 내게 격려 해준 친구도 고소해하는 친구도 무시하는 친구도 있었음을 안다.  난 그들에게 차 한잔을 잘 사지 않했다. 지금도 사지 않고 있다. 물론 그렇게 어려운 경제사정은 아니다. 상대적 박탈감이 좀 있긴 하지만 내가 어렵다고하면 세상의 욕을 먹을정도는 된다. 

 

앞으로도 큰소리치고 살지는 못할 것이다. 내가 경제적으로 큰소리 칠수 있다고 치면 난 그돈을 다른곳에 좀더 갖다주고 싶다. 이글은 자신에게 쓰는 강한 변명이다. 다시한번 매사에 감사하고 싶다. 내가 써보는 이글이 과시나 가식이 되지 않기를, 내 자신에게 정말 순수한 영혼이 자리하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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