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카페에 올라온 큰 형님(형기)의 글을 옮겨 봅니다.
혹시 저의 가족 까페가 궁굼하시나요.
포탈 '다음'의 카페명 "의성김씨세상" 입니다.
누구에게나 고향은 의례히 맑은 냇물이 흐르고 푸르른 산과
아름다운 꽃이 피는 언덕이 있지만 내 고향 용바우는
전설 속에서나 있음 직한 재미있는 이름의 골짜기가 많다.
수구냉기, 송아지밭골, 호랑밭골, 길골, 선녀골, 새밭골,
밀밭골, 갓골, 장자골, 삽시락골, 숫까막골, 새텃마, 홈골,
갈마골, 꼬치골, 진밭골, 골짜기마다 크게는 1~2천 평,
적게는 겨우 수십 평의 밭뙈기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 농장은 집 앞을 가로지르는 큰 들에 주로 있지만
그중 일부가 수구냉기와 송아지밭골에 있다.
농장이라기보다는 이곳이 우리 부부의 생활공간이기도 하다.
어슴프레 여명이 뚫어놓은 길을 따라 농장에 다달으면
서산마루에 엉금엉금 땅거미가 기어내릴 때에야 집이라고
돌아올 수 있으니 이곳이 곧 우리의 생활공간일 수 밖에.....
수구냉기 큰 밭에는 고추 심고 송아지밭골 작은 밭에는
콩 심고 사이사이에 참깨 , 감자, 그리고 귀퉁이마다
고구마랑 땅콩 심어 그야말로 시범포 농장같이 오만 잡곡이
소복소복 자란다.
가끔씩 찾아오는 사랑스러운 세 며느리들의 농촌 체험장
구실도 되어주고 병아리 같은 손자들 즐거운 놀이터가 되어
아련한 추억으로 소중하게 담아 갈 수 있겠지......,
애들이 떠날 채비라도 할라치면 집사람 손길이 덩달아 분주해진다.
두 홉들이 소주병에 참기름 조금씩 나누어 담고 고구마 몇 개
고춧가루 한 봉지 감자 몇 알 올망졸망 비닐봉지에 싸 보내는
이 즐거움 이 보람 우리가 아님 누가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두 손으로 나팔 만들어 입에다 대고 큰소리로 외쳐 보고 싶다.
우리보다 더 행복한 사람 있으면 어디 한번 나와보라고.......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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