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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짧은글

나무의 전설

by 탁구씨 2021. 6. 14.

 

 

나무의 전설

 

나무의 침묵을 가지고 싶다 

커다란 나무와 무성한 숲 아름답고 조용한 오솔길이 있다

오랜 세월 보고 들은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비밀로 간직한 체

묵묵히 침묵하고 있는 것일까

 

땅속 깊숙이 뿌리에 숨기고 나이테에 감추며

호들갑 떨지 않고 빙그레 웃음 짓고 있는 나무의 침묵

변덕 부리지 않고 후회하지 않으며 일상의 구차한 모습들을 돌아보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달관을 가지고 있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며

세월의 이야기를 안으로 쌓아 전설을 만들며 흔들리지 않고 강하게 버티고 있지

세상사의 처음과 끝을 알고 있지만 스쳐가는 바람결에 무심히 실어 보내고

태연히 제 자리로 돌아오는 지혜를 가지고 있지

 

침묵에서 성숙을 인내와 진실을 고요의 삶으로

언제나 회귀할 수 있는 지혜를 배우며 그 의연함에 경외를 보낸다 

그래 갈 길은 가야 하고 돌아올 길은 돌아와야 한다 

어제도 걸었던 그 오솔길을 이 밤에도 휘적휘적 걷는다 

 

(2015. 6.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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