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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탁구의 / 시 / 수필 / 사진 / 일상 입니다

어매3

우리 마당 우리 마당 뜨거운 햇살 아래 멍석에 널린 고추가 빨갛게 구어지고 한가한 닭들이 뻐들다가 부리로 쪼다가 할 때 들에서 돌아오시던 울 어매 훠어이 닭을 쫓고 닭은 경황에도 한 개 물고 달아난다 마구간에서 큰 눈을 슴벅이는 황소가 입을 우물우물 거리며 빙그레 웃고 우물 옆 나무 그늘에 늙은 바둑이가 졸음에 못 이겨 다시 눈을 감는다 뒷마당 큰 감나무에 매미 소리도 스르르 길게 늘어지고 모든 것이 졸고 있는 듯한 여름날의 우리 마당 어머니 이제야 나도 어매가 계셨다는 것을 압니다 2022. 7. 28.
새벽별 새벽별 가족이 다 모이는 명절날 허술한 시골집 사랑방에서 언제나 문풍지 흔들리는 문가에 모로 누워 주무시던 아버지 바닥도 차고 외풍도 셌지 기어이 방 가운데 따뜻한 곳은 우리에게 내어주시고 늘 계시던 자리라 편하다고 하시던 아버지 그리고 훗날 어머니 이른 새벽 봉창이 훤하고 방바닥이 다시 따스해 오면 이미 군불을 지피고 계셨지 이제야 나도 나의 새벽별이 있다는 것을 안다 2022. 2. 28.
푸근한 접시꽃 푸근한 접시꽃 강이 보이는 이곳에 약간은 아름다운 집을 마련하고 고향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왔지 모시고도 싶었고 보여 드리고도 싶었고 어머니는 도회 생활이 익숙지 않아 어리둥절해 하시면서도 무척 기뻐하셨지 혈압이 있으셔서 오리 전문집으로 외식을 갔지 어머니는 성치 않은 이로 우물우물 드셨지 처음 먹는 음식이라고 연신 말씀하시면서 산 밑의 그 오리집은 없어졌지만 그 부근에만 가면 생각나는 어머니 지금은 그 몇 배 아니 그 천 배 만 배 유명한 식당으로 모시고 갈 텐데 이제 철드나 봅니다 어머니 내 아이가 커서 그 나이가 된 이제에……. 2021.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