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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행

여행//기내에서(5/31)

by 탁구씨 2006. 5. 31.

09:50분

인천 국제공항행 리무진이 잠실 롯데호텔앞을 출발하여 곧장 올림픽대로를 올라 섰다.

희뿌옇긴 하지만 맑은 날씨이고 우측의 한강은 유유히 흐른다.

실로 수년만의 해외여행이다.

그동안 잠깐씩의 여행은 있었지만 장기(?)의 유럽여행을,

오래전부터 별러오긴 했으나 실제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우선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던것이 제일 큰 문제였을 것이다.

직장 생활중에는 매인 생활이라 힘들었고 그때는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오랜 일정의 세계일주 여행을 하겠다고 벼르고는 했었다.

그러나 막상 회사를 그만 두었을 그 때에는 연이어 계획된 내사업을 시작해야 했기에

또 쉽지 않았고 할수없이 남도 일주여행을 하는것으로 대신 했었다. 


그후 내사업. 그것은 어쩌면 긴시간을 할애 하기엔 오히려 더욱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홀가분하게 떠나 보겠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그리 홀가분한 시간들은 아니다.

그러나 무리를 하지 않으면 더욱 어려워 질 것이고 다행히 짧으나마 약간의 시간을 낼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이번 여행이 내가 그간 수년간 꿈꾸어 오던 세계여행의 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이번 여행에 본격적인 여행의 출발이라는 의미외에는 특별한 목적을 두지는 않겠다.

그저 즐기는 여행, 내가 일찍이 사진으로만 보아 오던 유럽 풍물을 돌아보는 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그것도 문화유적을 돌아 보는것 보다가는 가능한 문화를 체험하는데 중점을 둘 생각인데

어떨런지 모르겠다.

이제 공항행 리무진은 올림픽대로를 상당히 지나고 있다.

서쪽으로 서쪽으로 이제 반시간 정도이면 공항에 도착 할 것이다.


 

탑승수속을 마치고 면세점에 들려 지금쯤 학교에 가 있겠지만 이번 여행에서 빠진

아이들을 위하여 선물을 하나씩 골랐다.
큰놈은 이번 여행에 쓰라며 장학금으로 받은돈을 쑥 내밀며  '이거 남기지 말고 다써' 하고,  

적은 놈은 아침 출발시 베란다에 서서 우리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잘 다녀 오라고 손을 흔들던

생각이 난다. 순하고 착한 놈들이다.


가능하면 전가족이 함께 여행을 다녀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학교수업등 일정이 맞지않고

또한 이제 이놈들도 다 성인이니 여행경비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그들은 앞으로 저희들 끼리의 기회가 있을것이니 나누어 가기로 하고

이번에는 우리 부부만 출발 했다.

가족 전체의 여행도 필요하고 부부만의 여행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며,

또한 친구들끼리의 여행도 매우 의미가 있을것이기에 꼭 함께 가야 한다는 것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을듯도 하다.


비행기가 약간의 진동을 보이며 이륙후 이제 한시간정도 지났나 보다.

마침 좌석이 TV 앞이라 지겨움은 덜 한듯도 하다.

그런데 오늘 일부지역에서는 기류가 고르지 않아 조금 흔들릴수도 있을거라는

승무원의 방송이 있었는데 지금 조금 심한 진동이 느껴지고 있다.


먹고 자고,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고 이제 출발 5-6시간이 지났나 보다.

조용하게 하늘을 날고 있는 시간이다. 조금 지루하게 느껴진다.

모두들 잠을 자거나 음악을 듣거나 옆사람과 조용히 담소를 나누고 있다.

처음에는 단정한 자세들이었지만 지금은 조금 흐트러진 면을 볼수 있다.

지금 이렇게 1만KM 이상의 고도를 변화도없이 날고 있으니 지겹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늘,  그것도 10여시간의 장거리여행을 할 때에는 항상 느끼는것이지만

이 웅장한 물체가 고요히 하늘을 날고 있다는것이  신기하다.

그것도 4백명도 넘음직한 승객과 화물들을 싫고서.. 문명(과학)이란 정말 경이적이다.


 

오늘새벽 잠이 일찍 깨어  "산골살이 행복...." 이라는 전원생활에 대한 책을 읽었었다.

도회 생활에서 탈피하여 시골에 정착한 한 부부의 어쩌면 귀농일지이고

어쩌면 전원생활의 애환을 적은 아름다운 글이다. 귀농한 도회 직장인의 부인이 적었다.

하지만 전원생활이 만족 그것만은 아닌듯도 했다.

인간이 문명을 외면하고  그리고 살아온 환경을 벗어나서 생활하기란 정말 힘들 것이다.

그 부인은 글을 자연과 전원생활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표현 했지만

한편에서는 전원에 정착하기 위한 노력 같은것이 보이는 듯도 했다.

이 책은 내가 존경하는 한 선배가 증정 받은것을 추서를 달아 내 아내에게 보내 준 것이다.     


나도 한동안 전원생활을 꿈꾸었다.

아니 지금도 문득 문득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다시금 냉정히 생각해 보면 사실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선 이미 도회생활에 익숙해진 내가 과연 적응 할 수 있을것인가 하는 두려움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 없는 고요와 푸르름이 좋지만 자연만 보며 살 수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가끔 제3자로 스쳐가며 느끼는 짧은 순간의 전원은 좋기만 하지만 

막상 그게 내 생활이라고 가정 했을때에는 적막하기도 힘이 들기도 할 것 같다. 

무엇 보다도 무슨일을 하며, 누구와 더불어 생활 할 것인가 하는 두려움이 제일 크다.   

 

단순히 문명이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요즘은 시골도 도회와 거의 비슷하지만

이웃과 사람이 귀하고 경제생활 문제에서(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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