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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이 가는 길
Catholic & Family

아내의 여행(4/8)

by 탁구+ 2006. 4. 8.

 

아내는 지금 무슨 교육중이다.

며칠 걸릴 거란다.

이 기간은 아내로서는 상당히 긴 시간 일 것이다.

그동안 우리식사, 애들 학교 등등 때문에

집을 오래 비우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몇일전에 교육을 가야 되는데 어쩌냐고 물어 왔다.

집을 조금 오래 떠난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일 거다.

물론 짧게 교육이나 시골 집엘 다니러 가기는 하엿으나

내리 며칠을 비운다는 것은 결정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이젠 기꺼히 다녀 오라고 했다.

그리고 교육이든 여행이든 집을 떠난후엔 깡그리 잊고

전념하라고 했다.

 

몇일전 사무실에 있는데 큰놈에게서 멧세지가 왔다.

'엄마 교육 출발 했어ㅠㅠ'

다 큰놈이지만 유달리 엄마만 끼고 사는 놈이니

조금 서운한 모양이다.

저녁에 조금 일찍 퇴근했다.

그런데 빈집이다.

퇴근시에 집이 빈다는 것은 나에게도 익숙하지 않다.

 

조금후 큰놈이 부랴부랴 쫓아 들어왔다.

'저녁밥 차려 주어야 하는데 일찍 들어 왔어?'

'아니 방금, 이젠 나도 차릴 수 있어.'

그러나 그냥 하는대로 두어 본다.

이제는 스무살이 훌쩍 넘었는데 그정도는 해 봐야지..

 

이놈이 뭐라고 궁시렁 궁시렁 거리며 

이미 제 엄마가 다 해 놓은 반찬들을 챙겨 내 온다.

그리고 냉장고를 보란다. '엄마는 이렇다니깐'

냉장고엔 반찬과 심지어 찌개를 일차 끓여서 넣어 놨고

과일도 어떤것은 이미 껍질을 벗겨서 빼꼭이 넣어 두었다.

이 정도면 못말리는 수준이다.

그래서 이젠 이렇게 하지 말라고 큰놈과 내가 말했는데..

 

저녁을 먹고 큰놈이 말없이 설거지까지를 해 치운다.

집안이 조금 썰렁하다.

둘째놈은 이제 막 입학한 대학생활에 푹빠져 들어오지도 않고

'저 학교에 있는 데요. 늦으면 학교앞 친구집에서 자고

내일 바로 학교 갈까 하는데요' 하고 전화 한 통화로 끝내 버린다.

그리고 큰놈도 잠시 학교친구 좀 만나고 오겠다며 또 나갔다. 

 

사위는 조용하고 할 일도 별로 없다.

TV는 원래 잘 안보고 신문은 사무실에서 보기 싫도록 봤다.  

요즘 막 시작해 보는 그림을 조금 글적이다가 밤이 늦어 잤다.

아침에 늦게 일어 났다. 세면하고 화장실가고 옷입고 무척 바쁘다.

거기에다 아침식사는 당연히 있을 자리에 없다.

그냥 나갈까 하다가 식탁을 보니 큰놈이 엄마의 지시를 받았는지

약간의 준비는 해 놨는데 정작 저는 일어날 생각도 안하고 있다.

대충 우유 한컵과 몇가지를 손으로 집어 먹고 나왔다.

 

저녁 퇴근하며 성당에 들러 이야기 좀 하고 늦게 들어 왔다.

적은놈이 늘 하던대로 머리를 벅벅 긁으며 식사했냐고 묻는다.

안했다고 했더니 누나는 조금 늦는 모양이라고 하며 부억을

어슬렁 거린다.  그리곤 대충 밥상을 차린다.

'짜식들 우리 없으면  알아서 다 하잖아..' 

요즘 동아리에서 증권얘기가 재밌는지 짧은 밑천을 일장 늘어

놓으며 식사를 같이 했다.

그리고 설거지도 그놈이 했다.

 

아내는 지금쯤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있을 것이다.

내용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늘상 이시간 쯤이면 마무리를 할 시간이다.

어제저녁 하다만 데생을 하는데 큰놈이 들어왔다.

그리고 심한 쭁코다 '아빠 이게 뭐야. 무슨 연필을 이렇게 써 

스켓치도 안되어 있고, 명암도 질감도 영 아니잖아.'

다시그려 보잔다. 할수없이 도화지를 새로 폈다. 

짜식 내가 미술대학을 보낼땐 내가 하고 싶던 것이기도 해서 인데..

조금만 기다려 봐라..   

도화지를 펴고보니 1시다. 이러면 내일에 지장이 있다. 자자. 

이렇게 요즘의 내 집에서의 하루가 지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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