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사람이 가는 길
시 & 짧은 글 쓰기

기린의 추억

by 탁구+ 2025. 2. 27.

 
기린의 추억
 
나뭇가지에 봄이 아른 거리는 날
서울 대공원엘 갔다
동물들이 아직 봄을 맞지 못하여
우리 속으로 들어가 있다
목이 길어서 슬픈 기린이
목을 길게 빼고 우리를 구경 한다
아직 찬바람 속인데 찾아 온
무리들이 많구나
다시 고개를 돌려
목을 더 길게 빼고 창밖을 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문득 동그란 눈동자에 우수가 어리고
펼쳐지는 사막이 보인다
어릴 적 뛰어놀던 고향을 추억한다
막막히 펼쳐지는 사막
동무들과 한가로이 풀을 뜯고
무리지어 달린다
미루나무가 흔들리고 버스가 달리고
신작로에 먼지가 일어난다
그 뒤를 달려 간다
매캐한 연료 타는 냄새가 향기롭다
나는 먼지 날리는 신작로를 추억하고
기린은 먼지 날리는 사막을 추억한다
우리는 기린을 구경하고
기린은 우리를 구경한다
나는 어릴 적으로 회귀하고 싶고
기린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
기린을 우리 밖으로 탈출시켜주고 싶다
눈물의 기억을 닦아주고 싶다
이곳 모든 문을 활짝 열고 싶다
질주하는 기린의 무리를 보고 싶다
나도 추억 속으로 질주하고 싶다
(250227 모바일로 쓴다)

코뿔소 1600 ~2500kg에 이른다는 거구이다.

728x90

'시 & 짧은 글 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덕을 넘어 가는 길  (0) 2025.03.07
저 언덕 너머에  (4) 2025.02.28
자명종을 재우며  (2) 2025.02.22
다행이다 다행이다  (12) 2025.02.14
글을 그리는 사람  (5) 2025.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