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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이 가는 길
서울을 걷다 일상을 걷다

가을 정원

by 탁구+ 2024. 11. 14.

가을이 어느새 이만큼 왔다가 저만큼 가고 있다.

동네를 한 바퀴 돌다가 보니 어느덧 단풍은 낙엽이 되어 뒹굴고 있다.

겨우 양지바른 곳에만 감과 모과와 이름 모를 열매들이 남아있다. 

이제는 이런 감과 과일을 따는 사람들이 없다.

모든 물자가 풍부해진 때문일까.

아니면 공중 의식이 깊어진 때문일까.

아니면 그럴만한 사람이나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때문일까.

공해 때문이라는 말도 있었다.

전에는 모과 향기가 좋았다.

오래 전에는 차 안에 몇개를 둔 적도 있다.

가을이 깊어지며 이때쯤이면 늘 고향에서 호박이나 아직 덜 마른 고추 등을 풍성히 보내오기도 했다.

그러면 잔디밭에 자리를 펴고 말리는데 잔디밭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 마당은 풍성했고 아름답기도 했다.

그 때 아내와 나는 '가을 들녘은 가난한 딸네보다 풍요롭다'던 말을 기억하며 느긋이 웃고는 했다.

땅에 떨어진 모과 하나가 매우 굵다.

몇 년 전에는 감과 모과와 호박 등 가을 걷이를 얇게 잘라 햇빛에 말리던 기억이 난다.

세월이 그만큼 각박해진 것인가 이제 그런 장면은 낭만으로도 보이질 않는다.

사진의 열매는 약용이나 관상용으로 쓰이는 호랑가시나무이다.

가을이 되면 까치 같은 새들의 잔치상이 되고는 한다.

올해는 아직 다른 곳에 더 풍성한 식탁이 있나 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단풍이 말라가고 있다.

이렇게 올해도 가을은 저물어가고 있나 보다. (2024.11.17 하루 한 글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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