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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짧은글

달팽이만이 집 지고

by 탁구씨 2023. 1. 11.
강천섬에서

달팽이만이 집 지고


새벽잠을 설치는
어스름에
꾸깃꾸깃 집을 챙기고
흔들흔들
힘겹게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항상 집을 짊어지고
다니다가
밤이면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다시 자리를 잡는 달팽이,
달팽이만이 집을
짊어지고 다니는 것이 아니다
허기진 몸에
가방 몇 개와
쇼핑백 몇 개와
구겨진 박스 몇 장,
서울역 대합실에
항상 집을 짊어지고 다니다가
어둔 밤 다시 집을 짓는
달팽이 있다
휑한 허공에 무거운
하루를 내려놓는다

여주 강천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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