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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짧은글

물처럼 바람처럼

by 탁구씨 2022. 7. 4.

 

물처럼 바람처럼

 

 

이 죽일 놈의 공허

그 본색이 뭐냐

아침부터 뒷골이 댕기더니

기어이 가슴까지 허허롭다

배고픔인가 배 아픔인가

이제 논 살 사촌도 없는데

배 아플 일은 무엇이냐

맘대로 안 될 것 같은 세상

드디어 세상에 굴복한 것인가

만만하게만 보이던 세상이 너무 거대하다

지평선이 어느덧 절벽이 되어 막아서고

찰랑이던 수평선이 거대한 해일이

되어 앞을 막는다 무슨 일이 생기려나

누군가를 붙잡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지만

새끼손가락만큼 남은 자존심이

그럴 상대도 없다

언제나 잡힐 것 같은 것들이

움켜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물처럼 바람처럼

분명히 잡혔는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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