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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짧은글

아버지

by 탁구씨 2021. 6. 27.

방아깨비-블로그 퍼옴

 

아버지

 

산모랭이 돌아서 오리쯤에

아버지는 논에서 피를 뽑고

나는 천방에서 방아깨비를 잡아

방앗간을 차렸다

방아깨비가 방아를 찧는다

한 마리 두마리  셋  넷

쌀 보리쌀 서 말가옷은 찧고

촐뱅이를 잡고 메떼기도 잡고

그것도 시들해질 때쯤이면

산그늘이 논 중간을 지난다

 

풀을 뜯던 소가 앞서고

나는 소타래를 쥐고 아버지는

꼴지게를 지고 집으로 향한다

소는 눈을 껌뻑거리며 입을

우물우물 씹으며 꼬리로

모기를 쫓으며 스스로 집을 찾아

제 마구간까지 들어간다

긴 하루 모깃불 피어오르고

멍석 위 아버지 곁에서 꿈속에 든다

파란하늘 은하수가 하얗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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