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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등산 후기

진이와 함께하는 간사이 여행 후기(일부)

by 탁구+ 2013. 6. 24.

20130612~17 진이와 함께하는 간사이 여행 후기

 

2013년 6월 12일 05시 30분, 롯데호텔 로비에서 공항 리무진을 탔다.

09시 20분발 비행기이다. 천천히 활주로로 들어선 비행기가 스르르 미끄러지더니 순식간에 기수가 들리고 하늘로 솟구친다.

기체 밖으로 안개비가 우수수 떨어지는 것 같더니 곧 구름위로 올라 안정권에 들어섰다.

뭉실 뭉실 하얀 구름이 한없이 펼쳐진다.

진이가 창가를 예약해주어 창밖이 훤히 잘 보인다.

이제까지의 여행 중 최고의 조망이다. 저 멀리까지 설원이 펼쳐지며 설원을 달리는 한 무리의 사슴 떼를 본다.

잠시 잠이 들었다. 졸고 나니 창밖으로 구름이 해안선을 이루고 있다. 벌서 도착하나 했더니 실재 해안선은 아니고 구름층이 해안선과 흡사하게 보여 진다.

40~50여분 지났을 무렵, 순간 기체가 크게 흔들렸다. 승무원은 기류 불안정이라고 안전벨트를 다시 착용해 줄 것을 요청한다. 정도 이상으로 흔들리기에 약간의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런 때에는 속수무책이 아닌가. 그냥 승무원 안내와 현대 기술을 믿는 수밖에 없다.

조금 후 창밖에 섬들이 나타난다. 제주도는 아닐 테고 일본의 어느 섬처럼 보인다. 인가는 보이지 않는다. 항공기가 우측으로 크게 쏠리더니 다시 잔잔한 비행을 계속한다.

 

이륙 한 시간이 조금 지났다. 일본 본토가 눈앞에 펼쳐진다. 걱정하던 날씨는 쾌청하기만 하다. 섬나라의 굴곡 심한 해안선이 보이고 산과 바다, 그리고 마을들이 나타난다. 점점이 떠 있는 섬과 짙은 녹색의 바다. 어떤 선박은 하얀 물보라로 긴 꼬리를 만들며 천천히 항해하여 여행자의 기분을 경쾌하게 한다.

이륙 두어 시간 후, 비행기는 무리 없이 활주로에 안착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오사카 공항 풍경은 어느 시골의 오래된 공항이라는 느낌이 든다. 수속을 끝내고 공항을 나서니 훈훈하고 습한 공기가 휩싼다. 오랜만에 일본 땅을 밟는다.

매우 시장하다. 진이가 매표해 온 토쿄행 신칸센 시간이 촉박하다. 그냥 역으로 뛰었다. 오사카 역과 신칸센 역은 바로 연결되어 있다. 간이매점에서 사온 삼각 김밥과 바닐라 빵으로 점심 시장기를 면했다.

신칸센은 지정석과 자유석이 있는데 지정석은 300엔 정도 더 비싸다. 3,080엔이었던가? 지정석을 탔지만 사람은 많지가 않다. 알뜰히 여행하는 진이는 자유석을 타도 마찬가지였으리라고 아쉬워한다.

열차는 오사카 공항을 출발하여 교토로 달린다. 창 밖에는 고만고만한 도시 부근의 건축물들이 펼쳐진다. 국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철도 주변의 주택과 공장들이라고 보면 된다. 신오사카를 지날 때에 도회의 고층 빌딩들이 보인다.

드디어 교토 역에 도착했다. 교토는 오래된 역사도시로 관광지임을 느끼게 한다. 모든 사람들이 관광용 가방을 메고 있다.

 

나는 진이에게 우리는 점령군이라고 했다. 나는 오늘 일본을 점령했다. 그것도 일본 역사의 중심부이며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운집하는 교토역 역사 앞에서 두발로 굳게 딛고 있다.

일본은 우리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반 감정 국가이다. 오랜 기간의 식민지 잔재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근래는 세대를 건너 문화적으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은 또 다른 아쉬움이다.

교토 역을 나와 숙소로 이동했다. 날씨는 매우 덥다. 숙소를 찾기가 쉽지 않아 진이 얼굴이 상기된다. 15분정도로 안내 받았다고 하는데 이리저리 묻기도 하며 한 30여분을 넘게 걸었다. 겨우 게스트하우스 ‘시유인’에 도착했다. 그런데 준비 중으로 바로 입실이 안 된다.

하는 수 없이 무거운 짐을 끌고 식사를 먼저 하기로 했다.

일본에 도착하여 처음으로 하는 정식이다. 정식이라고 하지만 간이식사가 아닌 식당에서 하는 식사이다. 그래도 조금 기력이 회복되는 것 같다. 근처 맥도날드에 들려 잠시 쉬며 일정을 점검했다.

 

15:40분 ‘시유인’에 여장을 풀고 곧바로 부근의 사찰 니시혼간지로 갔다. 첫 역사관광지이다. 사찰은 부지 면적 보다가는 순수 목재 건축물로서 규모가 대단하다. 남방의 울창한 목재가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17:30분 니시혼간지를 나와 다음 관광지 교토타워를 향해 걸었다. 몸이 피곤하여 그리 여유롭지는 않았다. 진이가 약간 힘든 모양이다.

교토타워를 올랐다. 입장료는 1인당 30엔이다. 교토타워는 11층의 상가와 호텔 위에 높이 100미터의 탑을 세웠다. 0000년에 지어진 탑이라고는 하나 철골을 쓰지 않고 강판을 사용하였다고 되어 있다. 탑 위에서는 교토의 대부분이 보인다. 방금 다녀온 니시혼간지도 보이고 게스트하우스 부근도 짐작할 수 있다.

교토 역에서 식사를 한 후 21:00시경 숙소 부근으로 와 부근 식당에서 맥주 두 잔을 시켜 마신 후, 편의점에 들려 아침식사를 준비를 하여 숙소로 들어왔다. 나는 이 글을 쓰고 진이는 내일 일정을 점검한다. 진이가 여행 일정에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힘든 듯이 보인다.

 

2013년 6월 15일

교토에서 오사카로 이동했다.

10:30분경 게스트하우스를 나왔다. 일본의 6월 날씨는 우리의 한여름쯤 되는 것 같다. 매우 무덥다.

버스로 교토 역에 내려 신오사카행 지하철을 탔다. 한 정거장을 지나 신오사카 역에서 환승하여 사쿠라가와 역에서 내렸다.

비가 온다. 다행히 게스트하우스 'KOMA'는 역에서 1분도 안 되는 거리다.

수속을 밟고 여장을 풀었다. 먹는 것도 부실하고 더위에 지쳐 상당히 컨디션이 좋지 못하다. 진이는 지친 컨디션을 참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혼자라면 쉬고 싶은데 나를 의식하여 강행하는 것 같다. 숙소도 만족스럽지 못한 것 같고, 나와 달리 일정을 짜고 인터넷을 검색하여 여러 번 차를 옮겨 타야하고, 길을 찾아야 하니 신경을 많이 써 거의 탈진상태에 온 것 같다.

그래도 열차를 4~5회 갈아타고 온천 아르마온센을 향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에 고산 지역으로 향하는 산행열차는 상당히 좋은 정취이다. 일본 천황이 다녀간 곳이라는 곳으로 상당히 운치 있는 휴양지이다. 깨끗이 정리된 관광호텔 등이 많이 보인다. 그러나 위락시설은 전혀 없다. 조용한 휴양지로서 절도 있는 국민성이 보이는 것 같다. 천천히 골목길을 걸었다. 컨디션이 좋을 때 같으면 정말 기분이 산뜻 했을 것이다. 진이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진다. 분위기와 정신력으로 그나마 걸을 수 있는 것 같다. 사진을 몇 컷 찍고 온천마을 킨나로센으로 들어갔다.

 

진이는 탕 안에서 먹을 것을 좀 먹으라고 염려를 한다. ‘자식, 염려는 내가 해야 되는데 어른스러워지긴 한 것 같다.’ 킨노탕과 긴노탕이 있는데 우리는 킨노탕으로 들어갔다. 그저 우리나라의 조그만 동네 목욕탕 수준이다. 온천은 특이하게 짙은 갈색의 물이다. 손으로 떠 보면 무색인데 탕에서는 짙은 갈색을 띠고 있다. 온도는 42~44도 정도이다. 한 시간 정도 온천을 하고 나오기로 했는데 진이는 벌써 나와 있다. 한곳에 지긋이 오래 견디지 못하는 것이 진이의 장점이고 단점이다.

온천을 나와 조용히 온천 마을을 돌아보기로 한다. 무척 조용하고 오래된 동네이다. 좁은 골목길로 올라가며 오래된 목조 가옥들이 즐비하여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진이도 혼자서 조용히 가고 싶은 길을 오른다. 내가 가고 싶은 분위기의 길이기도 하다. 당연히 감성적 성향이 같음을 느낀다. 한참 진이 뒤를 따라가다가 보니 혼자 걷고 싶을 것도 같아 다른 골목으로 들어섰다. 한참 후에 갈림길에서 만났다. 진이는 나의 눈치를 보는 것 같더니 드디어 불만을 터트렸다. 불안한 상태로 불만을 막 쏟아낸다. 나도 억제하기가 힘들다.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는 냉랭한 기분으로 숙소로 향했다.

 

2013년 6월 16일

주위의 부산한 소음에 일찍 잠을 깼지만 진이가 늦게 일어났기에 10시쯤 집을 나섰다. 햇살이 매우 따갑다. 열차를 몇 번 옮겨 타고 오사카성에 도착했다. 그러나 진이의 컨디션이 영 좋지 못하다. 조금씩 짜증스러워 졌지만 여기까지 와서 대표적인 관광지 오사카 성을 보지 않을 수는 없으니 따로 움직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차분히 체험하며 돌아보고 싶지만 진이가 신경이 쓰인다.

성안의 천수각으로 들어갔다. 오사카성의 대표적인 누각이다. 마지막 층 까지를 빠르게 돌아 나오니 진이의 컨디션이 더 악화 된 것 같다. 패닉 직 전이다. 하지만 내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우선 시원한 곳을 찾아야 겠다.

마침 맥도날드 점을 발견하여 무조건 들어갔다. 햄버거와 콜라를 마셨다. 다행히 조금 회복되는 것 같다. 진이가 더운 날씨에 체력의 한계를 못 이기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내 욕심이 과했던 것 같다. 여행은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것을 후에야 느낀다.

 

조금 휴식 후 숙소로 돌아갈지 결정을 못하다가 진이가 조금 정신을 차려서 부근의 시텐노지로 가기로 한다. 시텐노지는 한 종단의 총 본산으로 되어 있는 사찰인데 규모는 작지만 화랑이나 배치가 경복궁을 많이 모방했다. 본전의 기둥은 배흘림기둥이다. 목재는 아니다. 그러니 그리 역사가 오래된 것 같지는 않다.

시텐노지 부근에는 텐노지 동물원이 있다. 마침 입장 종료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이왕 근처가지 왔으니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달렸지만 입장 시간이 지나 버렸다. 실망이 크다. 건강이 안 좋은 진이도 동물은 무척 좋아하고 또 보고 싶어 했는데…….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패스가 있기에 인근 시립박물관으로 갔더니 거기도 오늘은 특별전으로 이 티켓으로는 안 된다고 한다. 연속하여 실망이다.

다행히 부근의 스텐가꾸타워를 올랐다. 시내가 한눈에 보이기는 했지만 놀이기구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구성이라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다. 이제 숙소로가 세탁을 해야 겠다.

 

여행은 고통이 따른다. 무조건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어려움도 있어야 여행다운 추억도 남을 것이다. 이번 여행이 그렇다. 상당히 어려운 시간들이 많았다. 타워를 내려오면서 진이가 다시 힘들어 한다. 어쩌면 진이는 처음부터 내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일정을 맞춰주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진이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 아니 어쩌면 컨디션이 좋아 질 것을 기대하며 온 여행이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내가 욕심을 너무 많이 냈다. 우리가 도중에 여행을 중단하고 돌아오게 되었지만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일정 조절을 했더라면 일정을 다 채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자주 올 수 없는 기회라는 생각에 조금 더 많은 것을 돌아보고자 했다.

요즘 애들과 우리는 여행관이 조금 다르다. 무조건 관광과 체험만을 위해 여행하는 것이 아니다. 쉬기도 하고, 먹기도 하며 즐기기도 하는 여행이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이고 또 그것이 맞다. 여행은 여유로워야 하고 합목적적이어야 한다.

이번에 진이는 내 취향에 맞추기 위하여 무척 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다. 아쉬움을 가지고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진이는 ‘아빠, 우리 내년에 다시 오자. 기회는 또 만들면 된다.’ 고 한다. 가슴이 무척 아리다. 이번 여행이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이번 여행에서 메모를 해 왔지만 관리가 잘 못되어 중간에 기록이 많이 누락되고 오류도 많은 것 같다.)

 

휴! 일본 여행의 정리를 이제야 대충 마쳤다.  6월말 7월초 바쁜 일정들이 너무 많았다. 사무실 일도 개인 일도 많은 시간들이었다. 좀 덜 쫓기는 시간을 만들어야 겠다. 좀 더 강해지고 좀 더 담담해지고, 한편에는 좀 더 모질고 강력한 결단이 필요하다.(2013년 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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