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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짧은글

나그네도 쉬어가는 오유월 염천

by 탁구씨 2009. 8. 5.

 

나그네도 쉬어가는 오뉴월 염천

 

오뉴월 염천

아침부터 햇살이 따갑게 달아오르고 매미소리가 요란하다.

수년간의 애벌레를 거쳐 성충이 되었다가

겨우 1-2주 만을 살고 죽는다는 매미,

그동안 인고의 세월이 아까워 목청껏 울어대고 있나 부다.

 

나그네도 쉬어간다는 오뉴월 염천

한낮에 밖을 보면 차량도 줄고

도회가 잠시 열중쉬어하고 동작을 멈춘 듯하다.

모두 숨을 죽인 체 가벼운 적막을 느끼게 한다.

마치 나 홀로 밖을 내다보며 뭔가의 움직임을

감지하려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오후는 무더위가 극에 달하여

잠시 점심 먹으러 나갔다 오는데도 찜통 같았다.

 

한참이나 후에 정신을 차려 높은 층에서 멀리 내려다보니

모두 더위를 피해 숨었는지

세상은 정적을 이루고 있고

누구네 식당 앞에 흰색 멍멍이 한 마리가 연신 혀를

날름대더니 급기야는 한없는 잠에 빠져든다.

 

여름은 조용한 계절이다.

한껏 이글거리는 태양과 무성한 녹음이 역으로 정적을 만든다.

그래서 나는 이 양면적 여름을 또한 즐긴다.

무더위만 피할 수 있으면 이 나른한 게으름이 좋고,

부서지는 파도에 부딪히며 푸른 바다로 띄어 들 수 있는

젊음이 좋고,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고속도로를 힘차게 밟아 올릴 수 있는

정열이 좋다.

여름은 우리에게 모처럼의 여유와 열정을 주고

새로운 추억을 만든다.

 

(2009.8월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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