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여름! 8월도 며칠 남겨 놓지 않은 일요일,
아직은 그래도 늦더위가 남아 있지만 이제 금방 선선한 바람이 불 것이다.
무더위와 폭우, 그리고 금방 내려쪼이는 태양으로 변덕스럽기도 하던 올 여름이지만
그래도 마무리 없이 그냥 넘기기에는 아쉬움이 있어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집을 나선다.
사실 이렇게 늦은 여름에는 여행을 떠나는 것이 제격이다.
여름 한철 밑물처럼 밀려들었다가 이제는 게으른 여행객만이 간간이 보이는
공원이나 산사를 찾아 조용히 거니는 여유로움은 정말 느낌이 좋다.
늦여름의 태양이 따갑고,
간간히 철 이른 코스모스가 피어 있으며 그 위로 고추잠자리가 높이 난다.
그러나 사전에 계획을 세우지 않는 한 근교에서 이런 느낌을 갖기에는 쉽지 않다.
이런 분위기는 거의 이삼일 정도는 계획을 잡아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발 닿는 곳으로 가자는 생각으로 집을 나섰고
팔당대교를 건너 양평 방향으로.., 마현 다산 유적지를 지나고, 양수 삼거리도 지나고,
수종사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냥 북한강변을 타고 북쪽으로..
저 멀리 청평댐이 보이자 설악방향으로 꺽으려다가 내쳐 직진하여 대성리도 지나고,
청평 검문소 삼거리가 나타났다.
이제 방향을 잡았다. k 수목원을 들렸다가 몽골문화촌을 지나 수동계곡으로 들어가
축령산을 잠시 들린 후 집으로 돌아가면 근교의 깊은 계곡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가 된다.
제대로 된 코스를 잡기는 했다.
지금까지 지나온 곳들도 그렇지만 청평 삼거리에서 풍림콘도를 지나고 k 수목원까지의
길도 그자체가 전부 여행지이다.
그런데 가평 k 수목원엘 들리니 늦여름 정취가 그만이다.
천천히, 그야말로 천천히, 게으른 여행객과 대화도 하고, 개울에 발도 담그고,
차도 마시고, 간식도 먹고, 하늘 보이는 넓은 정자에 눕기도 하고,
꽃과 수목을 돌아보기도 하며, 공원 길을 걷다가 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하다.
이런 여유로움은 늦은 여름이 아니면 누리기 힘들다.
땅거미가 내린 늦은시간 수목원을 나와 당초 계획한 코스를 달리니
열어놓은 차창으로 깊은 계곡의 무성한 여름 바람이 가슴을 적신다.
계획없이 나선 짧은 여행이지만 아쉬운 대로 괜찮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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