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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산

진달래(4/8)

by 탁구씨 2007. 4. 8.

  아침에 날씨가 흐린것도 같고 황사도 보였다.

  어제저녁 부활성야 미사를 마치고 동네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늦게 잠들었고, 아침에는 날씨 핑계대며 머뭇거리다가

  정오가 지나서야 너무 무력감에 빠지는 듯하여 가까운 산으로 올랐다. 

  산에는 어느덧 진달래가 만개했다.

  아니 만개수준을 넘어 절정을 이루고 있는듯 하고

  나무가지에도 이미 파릇한 잎새가 돋아나고 있다. 

  내가 너무 오랫동안 자고있는 모양이다.

  산과 들엔 생동감이 넘치는데,  야외를 나와 본지도 한참 된것 같다.

  진달래를 보면 어릴적 생각이 난다.

  우리는 '참꽃'이라고 불렀고 하교길에 지천에 피여 있는 참꽃을

  한아름씩 꺽어 입으로 따먹기도 하고

  암술을 뽑아 누가 더센지 걸고 당기는 놀이도 하였다.

  진달래를 한참 따먹으면 입이 새파래 진다. 

  시큼 털털한 것이 맛이 있는것도 아니었지만

  특별히 군것질 거리가 없던 시절이었고

  우리세대 이전에는 봄철 허기를 면하기 위해서도,

  또 반대로 멋스럽게 화전을 붙여서도 먹어 온 것이다.

  우리는 좀더 탐스러운 놈을 따기위해 산을 쫓아 다녔고

  그러다 보면 해가 어둑 어둑해서야 집으로 돌아 오게 된다. 

  물론 뛰어노는 재미지 실제로 먹거나 한것은 별로 없다.

  그래서 어른들로 부터 산엘 들어가면 참꽃 귀신이 있다고 듣기도 했다.

  그 유래가 따로 있는지는 모르지만 온 산천을 뒤덮은 선홍빛에다

  참꽃을 따먹어 입이 새파래진 모습으로 연상지으며 너무 깊이 늦게까지

  돌아 다니지 말라는 뜻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실제 참꽃을 꺽다가 문득 이 생각이나서 혼비백산하여

  산을 뛰어내려 오기도 했다.    

  도회근교이지만 참꽃이 탐스럽게 피었다.

  어린시절의 시골처럼 무서울 정도로 온통 산을 물들이며

  핀것은 아니지만 봄을 느끼기엔 충분 했다.

  그리고 보니 진달래 군락을 보면 어떤 한(恨) 같은것이 느껴지는 것도 같다.

  문득 소월의 시가 생각 난다.

  소월도 나와 공통된 느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산위의 산수유도 꽃을 피우기 시작 했다.

  양지 바른곳이 아니면 산에는 기온이 낮아 꽃이 조금 늦게 핀다.

  사실 요즘 나는 계절을 잘 모르고 지낸다.

  원래 무딘 탓도 있지만 요즘 내 일상이 그리 여유롭지 않기도 하고

  또 지난 겨울을 보면 자연현상이 순서없이 오기때문에 더욱

  혼돈을 느끼게도 된다.

  신록이다.

  하산길 계곡에는 무슨 나무인지 모르지만 새잎이 제법 많이 돋았다.

  지난 날엔 계절이 왜 이리 더디 바뀌는지 지겹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언제부터인가는 두려울 정도로 빨리 오고 지나 간다.

  항상 당당하게 살고자 했는데 자꾸만 왜소해지는 자신을 본다.

  어제저녁 모임을 마치고 나오다 보니 벚꽃이 정말 탐스럽게 피었다.

  이 아파트 단지의 벚꽃은 정말 장관이다.

  오늘 일요일은 벚꽃을 보러 나온 인파로 매우 붐볐을 것이다.

  이렇게 또 봄은 호들갑스레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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